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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낡은 옷은 훌훌 벗어버리고 구원의 빛나는 갑옷으로 갈아입어야겠습니다!

12월12일 [대림 제2주간 목요일]

예수님 시대 당시 사람들은 무척이나 궁금해 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대체 누구인가? 또 후발주자인 예수님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세상 사람들의 궁금증 앞에 세례자 요한은 이미 자신의 신원에 대해서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쾌하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그분은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묶을 자격조차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저 그분이 오실 길을 미리 닦는 선구자에 불과합니다.
그분은 주인이시고 나는 종입니다. 그분은 주인공이시고 나는 조연입니다.”

이윽고 예수님께서 구세사의 전면에 등장하시자 세례자 요한은 기다렸다는듯이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그분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십시오! 여러분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분, 그분이 저기 오십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십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내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분을 따라가십시오.
저분의 가르침을 따르고 저분의 제자가 되십시오.”

참으로 쿨하고 쌈박하면서도 지극히 겸손한 세례자 요한입니다.
구세주 예수님의 오실 길을 완벽하게 닦았으며, 마지막으로 멋진 레드카페까지 쫙 깔아놓은 세례자 요한은,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리자, 단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구세사의 무대 뒤로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세례자 요한에 대한 예수님의 증언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마태오 복음 11장 11절)

언뜻 들으면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을 극찬하는 것 같은데, 또 동시에 그를 깎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살짝 세례자 요한을 디스하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절대로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등장으로 인해 구약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세례자 요한은 구약시대와 신약시대를 연결한 사람입니다.
그는 역사 안에서 과도기적인 인물로 반은 어둠 속에, 반은 빛속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새시대가 도래했으니 그의 역할은 끝났음을 알리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활짝 여신 새시대 사람들은 그분의 빛과 사랑에 힘입어 새사람,위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예수님과 함께 하는 이 시대 사람들은 그분의 은총과 축복속에 있으며, 구원된 사람으로서 구시대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예언의 시대는 가고, 완성의 시대, 구원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새시대 사람으로서 그에 걸맞는 삶을 계획하고 실천해야겠습니다.
낡은 옷은 훌훌 벗어버리고 구원의 빛나는 갑옷으로 갈아입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