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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믿음은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의 행위입니다!

12월6일 [대림 제1주간 금요일]

순간적인 선택의 실수 뒤에 오랜 세월 동안 그 혹독한 댓가를 치르시는 분들이 한탄조로 내뱉는 한 마디 말이 있습니다.

“그때 내가 잠시 눈이 멀었었지!”
“그때 살짝 내 눈에 콩깍지가 끼었었지!”

살아가다 보면 잠시 우리 눈이 멀 때가 있습니다. 눈은 버젓이 뜨고 있지만 눈이 머는 순간 말입니다. 어떤 특정한 대상에 마음이 온전히 빼앗길 때 그렇습니다.

잠시 후의 결과가 불을 보듯이 뻔하기에,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불나방이 죽음인지도 모르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노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육체적 눈은 떠 있다 할지라도 마음의 눈, 영혼의 눈, 상식의 눈이 감겨져 있지는 않은지, 늘 성찰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요즘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별의 별 웃기는 사람들이 자주 매스컴에 등장합니다. 그들의 생각이며 말, 행동이나 모습은 분명 정상이 아닌 듯합니다.

어찌 보면 그들 역시 눈이 먼 사람들입니다. 그릇된 이념이나 자기 논리에 함몰되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들은 국민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크게 해치는 암적 존재입니다. 그들이 입을 열 때마다 국민들은 속이 터지고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본인들은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입고 괴로워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존재 자체로 괴로움의 근원이신 그분들이 그 어떤 처벌이나 제재도 받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계시니, 참으로 좋은 시절이 오긴 왔습니다. 십 년 전, 이십 년 전에 그랬더라면 어떠했을까요?

이런 면에서 오늘 예수님을 만난 눈먼 사람들이 영적이나 정신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가련한 처지, 눈먼 상태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의 눈이 멀었다는 것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자리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한다면 그것 역시 눈이 먼 것입니다. 재물이나 어떤 대상을 하느님 위에 올려놓는다면, 그것 역시 눈이 먼 것입니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에 너무 깊이 함몰되고, 나와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미워한다면, 그것 역시 눈이 먼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 눈먼 사람들의 삶은 참으로 비참했습니다. 앞이 안보이니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번듯한 직장이나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대화에 끼지도 못했습니다. 삶 자체가 눈물이요 십자가였습니다.

그들을 대하는 사회적 통념 역시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눈먼 사람을 나병환자와 동급으로 두었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심판받고 버림받은 사람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들은 성전에 제물을 바칠 수도 없었습니다.

동료 인간들로부터 언제나 배척당하고 소외받던 두 눈먼 사람이었기에, 인간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더 이상 지닐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들의 희망은 오로지 주님께만 두었습니다. 주님만이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요 의지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간절히 부르짖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태오 복음 9장 27절)

예수님께서는 두 눈먼 사람의 신앙을 확인해보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지십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마태오 복음 9장 28절) 신앙이 치유와 구원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앙이란 예수님으로부터 유출되는 치유와 구원의 힘을 신뢰하는 행위이기 때무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두 눈먼 사람의 강렬한 믿음이 크게 돋보이고 있습니다. 믿음은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의 행위입니다. 살아있었지만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던 두 눈먼 사람은 예수님을 향해 자신들의 굳은 믿음을 드러내보였기에, 죽음을 넘어섰습니다. 새 삶이 주어졌습니다.

두 눈먼 사람의 치유를 통해 예수님으로 인해 시작된 주님 나라의 위력, 즉 하느님의 힘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매일의 삶 속에서도 지속적인 주님의 치유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매일 복음을 굳게 믿고 따를 때 주님께서 우리의 영적인 눈을 뜨게 해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주님의 전지전능하심과 우리를 향한 큰 사랑을 굳게 믿고 그 사랑을 이웃들에게 실천할 때, 눈먼 사람들에게 이루어졌던 치유활동이 계속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