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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교회는 한 인간 존재의 전인적(全人的) 구원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12월4일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마태오 복음사가는 14장과 15장, 연속해서 빵을 많게 하는 동일한 기적을 두 차례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14장 13~21절, 15장 32~39절) 이는 저자가 빵의 기적의 중요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두 기적이 조금씩 다른 부분들도 있습니다. 첫번째 기적 때는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였으나, 두번째 기적 때는 빵 7개와 물고기 몇마리였습니다.

첫 번째 기적 때는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였지만, 두 번째 기적 때는 일곱 바구니였습니다. 첫 번째 기적 때 배불리 먹은 사람은 남자만 5천명이었지만, 두 번째 기적 때는 4천 명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기적 때는 제자들이 굶주리고 지친 백성들의 상황을 예수님께 아뢰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기적 때는 예수님께서 먼저 주도권을 잡으십니다.

이번에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먼저 부르시어 말씀하십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마태오 복음 15장 32절)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향한 예수님의 측은지심과 연민의 마음이 크게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말씀하시는 투가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와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 어떻습니까? 어떻게 해서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안달입니다. 정말이지 귀찮고 짜증날 정도로. 예수님의 마음도 우리들의 어머니 같으시니,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훈훈해집니다.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묵상하면서, 한 가지 든 생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만 그럴듯하게 하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구름 위에 떠 계시기만 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장밋빛 이상만 제시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의 육체적인 질병을 구체적인 치유활동을 통해서 참으로 고쳐주셨습니다. 당신 자녀들의 육체적인 굶주림을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진실로 채워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 측의 영적·정신적인 측면의 필요성 뿐만 아니라 육제척인 필요성을 보고 계시며, 우리 인간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예리하게 우리의 고통을 느끼고 계십니다.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당신의 자녀들이 굶주리지 않는 것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영적인 가치나 내적인 요소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육체적 건강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주님의 제자들은 백성들의 영혼 구원에도 관심을 기울이지만, 한 인간 존재의 육체를 포함해서, 한 인간 존재의 전인적(全人的) 구원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광야에서 일어난 빵을 많게 하신 이 기적은 모세가 광야에서 기적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인 만나 사건을 연상케 합니다. 여자들과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4천명의 장정들을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들이 일곱 바구니에 흘러넘쳤습니다.

일곱이라는 숫자는 풍요로움, 즉 하늘나라의 풍요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예수님의 기적이 완전무결한 기적이었음을 의미합니다. 빵을 많게 한 기적, 모든 군중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이 기적을 통해 우리는, 하늘나라의 풍요로움과 천상의 메시아 잔치를 미리 맛볼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