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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님께서는 비극이나 참담한 실패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현존하시고, 실패 속에서도 성공을 이끌어내십니다!

11월13일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젊은 수도자 시절, 삶 자체가 온통 회색빛이던 시절,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쌓여 탈출구가 안보이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나혼자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방이 다 적군으로 둘러쌓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은 분노와 불평불만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영적 지도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사려깊은 신부님께서는 꽤나 어려운 숙제를 하나 내주셨습니다.

우리 수도원의 장점, 경쟁력, 긍정적인 면을 한번 찾아보라고, 그리고 제 구체적인 삶속에 숨어있는 감사꺼리들을 한번 찾아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나 긍정적인 측면, 감사꺼리는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도 신부님의 각별한 당부도 있고 해서, 기를 쓰고 노력했습니다.
두달 가까이 애써 찾아보고 또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자세를 완전히 낮추고,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니, 전혀 없을 것 같았던 작은 감사꺼리들을 하나 둘 발견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사꺼리들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사방이 온통 은총과 축복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제 눈이 어두워 지천으로 널려있던 선물과 장점, 기쁨과 감사꺼리들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결론을 내릴수 있었습니다.
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감사의 미덕의 결핍!’ 이었다고.

그래서 지금은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영혼의 평화와 행복의 비결은 항상,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데 있다는 것을!

자신과 동료 이웃들, 공동체와 세상을 향한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분들에게 꼭 권장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축복 노트, 감사 노트를 한권 장만하라고. 불평불만들은 자비하신 주님께 모두 맡겨드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은총과 축복, 주님께서 주신 선물과 감사꺼리들을 하나 하나 적어보시라고.

모든 감사꺼리들을 다 적었다고 생각이 들면,
가장 아랫쪽에 굵고 빨간 매직으로 이렇게 써보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아버지! 이 모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 리스트를 적는 과정에 유의할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감사 방식은 세상 사람들의 감사 방식과는 철저히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사형통, 승승장구 앞에서는 누구나 다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감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바오로 사도는 고통속에서도 감사했습니다.
옥중에서도 감사했습니다.
병고와 박해 앞에서도 감사했습니다.
죽음의 칼날 앞에서도 감사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크게 감사했습니다.
바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감사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참으로 신비스럽고 위대한 존재여서,
영적으로 충만해지는 어느 순간에 도달하면, 견딜 수 없는 비극이나 참담한 실패 속에서도 감사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비극이나 참담한 실패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현존하시고, 실패 속에서도 성공을 이끌어내시고,
비극을 아름다운 결말로 변화시키신다는 것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 안에는 주님의 인호, 주님의 흔적이 아로새겨져 있기에, 그분의 능력에 힘입어, 인생의 폭풍우를 아름다운 무지개로 바꿀 수 있습니다.

끝까지 그분을 믿고 신뢰한다면 언젠가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끔찍한 고통과 비극, 굴욕을 통해서 주님의 은총이 찾아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훈련을 시작해야 합니다.
고통과 시련으로 가득차 있다할지라도 지난 세월에 감사해야겠습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이해하지 못할 현실에 대해서도 감사해야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