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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큰 죄인, 나는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췄던 사람들은 큰 상급을 무상으로 받았습니다!

11월5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예루살렘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잔치 초대와 관련해 통용되던 룰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잔치를 주관한 주인은 통상 예비 초대, 그리고 본격적인 초대, 두 번에 걸쳐 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 1차 초대장을 받고, 본 초대장을 못받았다면, 가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두번째 초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거나 사양하는 것은 큰 무례함으로 간주되었습니다. 2차 초대장을 발송함에도 불구하고 잔치에 불참한다는 것은 주인에게 있어 엄청난 모욕이었습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잔치에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주인은 불참자들의 처신 앞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만일 제가 주인이었더라도 버럭 화를 내면서, ‘잔치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 다 치워버리라!’ 했을 것입니다. 실컷 욕하며 잔치를 접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잔치상의 빈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눈먼 이들, 다리 저는 이들, 큰 길과 울타리 밖에 사는 사람들, 즉 이방인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하느님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좁디 좁은 우리 인간의 마음과는 달리 하느님의 마음은 한없이 관대하고 자비롭습니다. 그분의 마음은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로 활짝 열려있습니다.

두번이나 초대장을 받았지만 초대에 응하지 않아, 주인으로부터 큰 분노를 산 사람들이, 초대에 못 온 이유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수가 없다오.”(루카 복음 14장 18~20절)

그들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구원의 만찬상 참석 보다는 현세의 재물, 일, 욕망의 충족에 더 마음이 끌렸던 것입니다. 눈앞의 작은 것들에 혈안이 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 하느님, 영원한 생명을 놓쳐버리는 대실수를 저질러버린 것입니다.

그들과는 반대로 너무나도 갑작스레, 뜻밖의 선물처럼 구원의 만찬상에 초대받은 이들은 누구였습니까? 그들은 유다인들이 일찌감치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유다인들에 따르면 그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공동체 일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 나라의 식탁에 앉을 자격도 희망도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예수님 역시 아버지 하느님의 선택과 같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예수님 역시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멸시받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의 만찬상에 앉히셨습니다.

무엇인가 가졌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나는 우월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나는 특별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나는 큰 죄인, 나는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췄던 사람들은 큰 상급을 무상으로 받았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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