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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웃 전교는 우리가 지은 죄를 보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요,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향기로운 선물입니다!

10월20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연중 제29주일]

올해도 어김없이 지독한 독감이 손님처럼 찾아와서, 한 며칠 끙끙 소리까지 내며 앓았습니다. 나중에는 열도 오르고 정신도 혼미해져,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가까운 시골 의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진료해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얼마나 자상하고 친절한 분인지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나 힘드셨냐? 조금 빨리 오시지 그랬냐? 우선 열이 너무 많이 나니 수액부터 놔드리겠다. 제일 중요한게 푹 쉬시는 거다 등등.

너무나 따뜻한 말씀에 저는 그만 눈물이 왈칵 할뻔 했습니다. 이제 갱년기가 왔는지. ㅎㅎㅎ 아무튼 그 친절한 의사 선생님을 처음 뵙는 순간부터 저는 벌써 제 몸에서 지독한 독감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의원을 매일같이 찾아오시는 단골 손님 할아버님 할머님들에게도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을 주시는지 또한 놀랐습니다. 치료를 끝내고 귀가하시는 어르신들 얼굴 마다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신을 조금 차리고 나서 보니, 진료 대기실 벽 한 가운데에는 십자고상이 딱 달려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의사 선생님은 이 세상 그 어떤 선교사들보다 훌륭하게 복음을 전하고 계셨습니다.

전교 주일이자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오늘 우리 교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선교사들이 필요합니다. 청춘을 바치고 목숨을 바치며 머나먼 타국으로 건너가, 그 나라 백성들에게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고, 그 나라 땅에 뼈를 묻는 위대한 선교사들도 필요합니다.

저희 같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주님의 말씀을 쉽게 풀어서 양떼들에게 전하는 유랑 선교사들도 필요합니다. 어깨띠를 두르고 직접 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적극적인 가두 선교사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닙니다. 실제 삶속에서, 자신이 행하는 매일의 직무 안에서, 이웃들에게 감동과 기쁨,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는 일상의 선교사, 삶 속에서의 선교사도 필요합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단체, 각종 모임에서 기쁘게 희생하고 봉사하십니까? 모임 안에서 이방인이나 걸림돌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겸손한 리더로서 헌신하고 있습니까? 어떻게서든 조직이 복음적이고 인간적으로 돌아가도록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까? 모임 안에서 친교와 나눔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참으로 훌륭한 선교사이십니다.

더없이 비관적이고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주님께서 크게 칭찬하실 위대한 선교사이십니다.

내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숱한 도전들과 걸림돌들이 즐비한 여행길이지만, 마치 소풍 나온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걷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역시 훌륭한 선교사이십니다.

이웃 전교는 우리가 지은 죄를 보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요,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향기로운 선물입니다. 선교는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믿는 하느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신앙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대상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통해 우리는 구원이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으며, 그토록 염원하던 하느님 나라에 입국할 수 있고, 하느님을 만나뵐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억만금을 준다하더라도 버리지 말아야 할 대상, 우리 삶 속에서 첫번째 가치가 곧 신앙인 것입니다. 이토록 좋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이웃들, 특히 가까운 사람들, 가족들에게 전하지 않고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교 주일인 오늘, 용기를 한 번 내보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지금 누가 홀로 외로워하며 울고 있습니까? 그는 가장 좋은 선교의 대상입니다

주변에 누가 갑작스런 병고나 사고로 힘겨워하고 있습니까? 그는 가장 시급한 선교의 대상입니다.

주변에 누군가가 세상의 냉혹함 앞에 크게 상처 입고 정처없이 방황하고 있습니까? 어쩌면 그는 지금 우리가 내미는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