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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늘을 보고 감사하고 땅을 보고 감사하고

10월13일 [연중 제28주일]

95세 되신 전직 대통령께서 위중하다는 소식에 전 국민과 그리고 전 세계가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쾌유를 비는 모습에 정말이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병실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켜들고 릴레이 기도를 했습니다.
눈물어린 감사의 편지가 줄을 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현존해계신 여러 ‘전직 대통령’들과 너무 비교가 되어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오랜 숙원이었던 흑백갈등을 해소한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세기 위대한 영혼으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있었다면, 이 시대에는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그 위대하고 고결한 영혼의 숨결이 좀 더 지속되기를…

넬슨 만델라,
한 인간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한 인간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람입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는지는
리처드 스텐절이라는 한 기자의 증언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타임지의 편집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넬슨 만델라에 매료된 나머지 3년간 넬슨 만델라와 동고동락하면서 그의 자서전 집필에 참여합니다.
3년간의 기간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지요.

“만델라를 만나면서 제 자신이 좀 더 커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를 떠나오자 제 삶에서 태양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정녕 태양 같은 존재, 큰 산 같은 존재였습니다.
얼마나 관대하고 넉넉한 인품의 소유자였는지 모릅니다.

그가 남긴 어록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역사에 길이 남을 내용들이었습니다.
출옥 후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백인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들끓는 흑인들을 향해 던진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용서하되 잊지 말자(Forgive without Forgetting).”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가 첫 번째로 시도한 작업이 있습니다.
복수와 응징이 아니었습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진실을 고백하라. 그러면 용서하겠다.”
이것이 만델라가 풀어낸 ‘사랑과 정의의 방정식’이었습니다.

자신의 죄를 솔직히 고백하고 참회하는 백인들에게 대사면을 선포한 것입니다.
유엔은 넬슨 만델라의 생일인 7월 18일을 ‘만델라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만델라가 67년 동안 사회에 공헌한 점을 기려 국제사회가 이날 하루만큼은 67분 동안 개인 시간을 할애해 지역사회나 불우 이웃, 장애인을 돕는 등의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바다처럼 관대하고 산처럼 든든한 넬슨 만델라, 항상 여유 있는 미소를 잃지 않은 만델라였지만 젊은 시절 그의 생애는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백인 정부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젊은 만델라를 어떻게 알아보고 그를 일찌감치 투옥시킵니다.
그리고 28년 동안이나 가둬놓았습니다.

군대생활 2년, 혹은 3년 얼마나 길었습니까?
10년 징역 살고 밖으로 나오면 거의 폐인처럼 됩니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죄도 없이 똑똑한 인재라는 이유로, 흑인이라는 이유로 투옥되었습니다.

투옥기간 동안 가족들도 모진 박해를 받으며 뿔뿔이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비롯해 여러 식구들이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드디어 그 역사적인 날, 1990년 2월 11일 넬슨 만델라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1962년 평화시위를 주도한 죄목으로 수감되었다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오던 중 28년 만에 출옥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넬슨 만델라의 얼굴에 쏠렸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궁금해 했습니다.
장장 28년 동안이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났으니 분노와 화로 암에라도 걸리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폐인처럼 되지 않았을까?
휠체어나 구급차를 타고 출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모든 걱정들은 기우였습니다.
그는 아주 밝고 건강한 얼굴로 당당히 교도소 문을 걸어 나왔습니다.

취재기자들이 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5년만 수감생활해도 폐인이 되어서 나오는데 28년 동안이나 그 안에 사셨는데, 어찌 이렇게 건강하십니까?”

환한 머금은 넬슨 만델라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교도소에서 언제나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하늘을 보고 감사하고,
땅을 보고 감사하고,
물을 마시며 감사하고,
음식을 먹으며 감사하고,
강제노동을 할 때도 감사하고,
늘 감사했기 때문에 건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 교도소는 저주의 장소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소중한 장소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감사입니다.
치유 받은 열 명의 나병환자 가운데 한명만 예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러 달려왔습니다.

우리 인간들 대체로 그런 것 같습니다.
절박할 때는 한없이 졸라대지만 문제가 해소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은망덕합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들의 모습 앞에 많이 서글프고 쓸쓸하셨을 예수님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하느님 앞에 선 한 인간 존재가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감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원래 아무 것도 아닌 존재, 티끌이요 먼지 같은 존재들이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크신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셔서 이 땅위에 두 발로 서 있게 하셨습니다.
그분의 지속적인 은총이 아니라면 단 한순간도 스스로 설 수 없는 나약한 우리 인간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분 앞에 취해야 할 태도는 지속적인 감사와 찬미, 영광을 드리는 일입니다.

그 오랜 고통 속에서도 늘 감사꺼리를 찾았던 넬슨 만델라였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도 열심히 감사꺼리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