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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적인 눈을 뜨게 될 때 우리는, 그간 한번도 맛보지 못했던 은총과 축복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

10월2일 [수호친사 기념일/연중 제26주간 수요일]

※수호천사는 사람을 선으로 이끌며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천사다. 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주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천사 한 분을 정해 주시어 그를 지키고 도와주게 하신다. 하느님의 사랑이다. 다음은 수호천사에 관한 『성경』의 표현들이다.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 91〔90〕,11) “저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 주신 천사께서는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소서”(창세 48,16).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마태 18,10)

연세 지긋하신 한 할머님께서 백내장·녹내장이 동시에 와서 큰 고생을 하셨습니다. 사람 얼굴이나 사물이 부옇게 보이고, 촛점도 안 맞춰지니, 너무나 답답하셨던 나머지, 큰 마음 먹고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렇게 잘 보이는 걸, 진작에 할걸!”하는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흐릿하게 보이던 손주·손녀들 얼굴도 또렷하게 보이니 너무 좋았습니다. TV 드라마 보는 재미도 훨씬 커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화장실로 들어가신 할머님께서 세면을 하고 난 후,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본 순간, 깜짝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질 뻔 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낯설어 도둑이 들어왔나? 하는 생각까지 하셨답니다.

수술전 모든 게 흐릿하게 보일때만 해도, 그런데로 봐줄 만한 얼굴이었는데,
수술 후 눈이 밝아진 후 바라본 자신의 얼굴 위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얹혀져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크게 상심하신 할머님께서는 수술을 집도하신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원상복구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야 하나, 고민까지 하셨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

적합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역시 영적인 눈을 뜨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적인 눈을 뜨게 될 때, 그간 죽었다 깨어나도 보지 못했던 것들, 내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다양한 주님 은총의 손길, 그분으로부터 오는 축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영적인 눈이 밝혀지면, 그간 보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철저한 나약함과 큰 결핍, 짙은 어둠과 숱한 죄들도 보게 될 것입니다.

영적인 눈을 뜨게 될 때, 얻게 될 유익함이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간 아니 계시는 듯, 너무 멀리 계시는 듯 느껴지던 주님께서 늘 내 지척에 현존하고 계심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성령과 성모님께서 내 인생길을 동반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영적인 시각이 회복되는 날, 또 한 가지 큰 축복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 고되고 혹독한 지상에서의 여행길을 나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나의 수호천사가 늘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미처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수호천사는 마치 내가 직접 고용한 사설 경호원처럼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를 밀착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를 갖은 위험에서 지켜주고 있으며, 그의 시선을 늘 나를 향해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육적인 삶에 너무 푹 빠져 살아가다보니, 영적인 삶, 영적인 존재, 우리의 수호천사들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영적인 삶, 영적인 존재, 영적인 세계는 존재합니다.

지금 우리가 너무 커져버린 나머지, 너무 높이 올라간 나머지, 너무 인간적·지상적 삶의 방식에만 몰두한 나머지, 또 다른 방식의 세계와 존재, 삶에 대한 감을 상실해버린 것입니다.

영적인 삶의 방식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그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계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오 복음 18장 3~4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