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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쩔 수 없는 예수님의 운명이자 우리의 운명인 수난과 십자가 죽음!

9월28일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공생활의 절정기 시절, 인류와 세상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어제 핵심 제자단을 동반하고 타볼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거룩하게 변모하셨고, 신비스런 영광 속에 등장한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제자들은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장 35절) 그 말씀으로 인해 제자들은, 자신들이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예수님의 신원에 대해 더욱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께서 타볼산에서 내려오시니, 산밑은 큰 군중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나름 절박한 필요성을 지니고 찾아왔습니다.

산에서 내려서자 마자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악령을 한 아이에게서 쫒아내셨습니다.

그간 그 어떤 예언자나 명의(名醫)로부터도 볼수 없었던 탁월한 예수님의 치유 능력과 촌철살인의 말씀, 인간적인 매력 앞에 제자들은 물론이고 모여든 모든 사람들은 경탄과 박수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 스승님의 모습을 본 제자들의 어깨는 자기도 모르게 으쓱으쓱했겠지요. 제자들을 지인들에게 자랑도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봤어? 저분이 바로 내가 모시고 있는 스승님이야! 내가 이런 사람이야!”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 가득 차오르는 기대감을 떨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이제 스승님의 나라가 서게 되면 ㅎㅎㅎ”

그러한 헛된 기대와 야심을 정확히 꽤뚫고 계시던 예수님께서는, 엉뚱한 환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제자들의 얼굴에 찬물을 ‘확’ 끼얹는 초강력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루카 9장 44절)

당신 수난에 대한 두번째 예언인 고통스런 이 말씁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말씀이지만, 어쩔 수 없는 진리의 말씀이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미리 계획하시고 안배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갔지만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이 그에게 떨어지게 하셨다.”(이사야서 53장 6절)

제자들의 반응은? 안타깝게도 스승님의 말씀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지니고 있던 메시아상이 전혀 엉뚱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스승님의 절절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아직까지도 지극히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아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란 존재를 통한 개인적인 야심의 성취를 위한 계획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예수님은 세상 모든 사람들, 특히 우리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해, 피조물의 손에 넘겨져, 수난과 죽음이라는 고통스런 관문을 통과하셔야 하는 운명을 지니셨습니다.

따라서 이웃을 위한 희생과 헌신, 모욕과 십자가 죽음은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이 기꺼이 수용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