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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유의 공동체, 교회

9월25일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쫒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 권한을 주셨다.”

누군가의 소개로 한 냉담자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너무나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그가 공동체로부터 느낀 소외감이었습니다.
그 소외감의 시초는 지도층에 있는 공동체 내 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스쳐지나가는 ‘말 한 마디’였습니다.

그게 아니다, 너무 확대해석했다, 절대로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설득하느라고 백방의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교회도 세상의 축소판이다. 다들 부족하고, 죄인이고, 상처를 주고받고, 그래서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재차 강조를 해도 상처의 골이 워낙 깊었습니다.

그 형제와 대화를 나누면서 참으로 크게 반성했습니다. 의도가 없다할지라도 은연중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지… 말 한 마디라도 진지하게 해야겠다, 손짓 한 번, 표정 한 번이라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공동체, 사실 다른 무엇에 앞서 치유의 공동체여야 합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쫒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심각한 마음의 질병과 죄로 인한 죄책감, 영혼의 병을 앓고 있는 형제들에게 우리 교회는 여러 가지 성사를 통해 치유활동을 전개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는 육체적 질병을 앓고 있는 형제들에게조차도 ‘할 수 있다면’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야 합니다. 반드시 이성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기적을 동반한 치유가 아닐지라도 따뜻한 사랑, 지극한 관심, 정성스런 보살핌만으로도 충분히 병이 나을 수가 있습니다.

사실 마음과 육체, 영혼과 육신은 늘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독, 외로움, 우울증, 스트레스, 깊은 마음의 상처는 육체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뿐만 아니라 약물중독, 알콜 중독, 정신이상, 자살로 몰고 갑니다.

우리 공동체는 이런 사람들에게 적극성을 지니고 다가가야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명을 끊고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의 억울한 사정, 말 못할 내막을 들어주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 공동체가 활발한 치유가 이루어지는 치료 공동체가 되지는 못할망정, 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공동체, 소화불량을 유발시키는 공동체, 짜증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으로부터 상처입고 교회를 찾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공동체를 찾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기댈 언덕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적어 부끄럽습니다. 주님의 자비를 청해봅니다.
우리가 하지 못해도 주님께서 하실 수 있도록 기도해 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