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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폐허에서 보물을

9월19일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나는 너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다.”

“때때로 우리는 폐허에서 보물을 발견합니다.”(페르시아 시인 루미)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을 통해서 우리는 시인의 말이 불멸의 진리이자 명언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 발 앞에 엎드린 여인은 분명 갈 데 까지 간 여인, 집으로 말하자면 쓰러질 대로 다 쓰러져버린 폐허였습니다.

더 이상 그 안에는 사랑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생명도 없었습니다. 영혼과 정신이 다 빠져나간 죽음 직전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여인은 완전히 집에 내려앉기 전에 구원자이자 생명의 재건자이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만물을 태초의 자리로 되돌려주는 명수였습니다.

갈 데 까지 간 여인을 다시금 인생의 첫출발 때의 시간표로 되돌려주십니다. 갓 난 아기 때의 그 티 없이 맑은 눈망울, 천진난만하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되찾아주십니다. 인생에 대한 기대와 장미빛 청사진과 무지갯빛 희망으로 가득 찼던 소녀시절도 복원시켜주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보여주셨던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오십니다. 그저 말없이 우리들의 어깨를 두드려주십니다. 측은지심으로 가득 찬 눈길로 죄와 얼룩으로 가득 찬 우리의 지난 인생을 깨끗이 씻어주십니다.

하느님께는 참으로 송구스런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인간은 틈만 나면 잘못을 저지릅니다. 하느님께 등을 돌리며 돌아서고 자주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하느님이 계십니다. 이분은 틈만 나면 용서하는 분이십니다. 끝도 없이 용서하는 분이십니다. 인간은 죄를 짓고 하느님은 용서하십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정말 다행스런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 깨진 인생이 다시 온전하게 되고 더러워진 영혼이 깨끗하게 되는 일, 하느님 안에 가능합니다.

결국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자비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일입니다. 어제의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새로운 인생을 펼쳐주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