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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의 옷을 벗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으십시오!

9월11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오늘 첫 번째 독서인 콜로새서를 읽고 묵상하다 보니, 어찌 그리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명문장인지? 어찌 그리도 감동적인지? 어찌 그리 오늘 제게 꼭 필요한 말씀인지? 출력을 해서 냉장고문에 붙여 놓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 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 (콜로새서 3장 1~10절)

세례 성사를 통해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된 그리스도 신자들의 시선은 이제 교정되어야 마땅합니다. 우리의 시선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내다봐야 합니다. 땅을 바라보지 말고 저 윗쪽, 천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새로운 신자들을 향해 새로운 시야를 지닐 것을 부단히 강조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생각과 의지는 하늘나라에, 다시 말해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더 이상 지상에 있는 것들에 우선권을 둔다든지, 지상 것들에 중심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인해 모든 피조물들은 새로운 질서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모든 창조물들은 예수님을 통해 새롭게 쇄신되고 재창조되었습니다. 이제 세상 모든 피조물들은 예수님을 기준으로 새로운 가치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거듭 아래가 아니라 위를 바라보라고, 지상 것들로부터 초월하고, 천상의 것들 추구하라고 강조하십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잘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아래보다는 저 위의 것, 지상 것보다는 천상의 것을 추구하라는 그분의 말씀을 곡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위의 것, 천상의 것이라는 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매일 당연히 해야 할 담당구역 청소는 하지 않고 줄창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서도 안되겠습니다. 맡은 일은 뒷전인 채, 하루 온 종일 성전에서 울부짖고 있어서도 안되겠습니다.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이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와 만남, 사건과 사고에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바오로 사도 말씀의 진의는 우리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에서 맡고 있는 직무나 사명에 소홀 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물론 우리의 시선은 만물의 창조주 하느님, 세상만사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바라보지만, 현세 생활에서 맡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저 위의 것, 천상의 것, 영적인 삶에 우선권과 고귀함을 크게 강조하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상의 삶, 현세적인 것, 인간 조건, 육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평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께서 지적하고 힐난하신 것이 탈선이요 과욕, 죄로 가득한 그릇된 욕망입니다.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된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하고 고결하신 주님의 자녀로서의 삶에 반하는 악습에서 거듭 죽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한 어두운 삶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 생명의 삶과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특별히 과도한 욕심, 탐욕을 경계하라고 강조하십니다. 어느 정도 충족되었으면 감사하고 만족하면 좋을텐데, 어떤 사람들 보면 욕심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충분히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그칠줄 모릅니다.

그런 모습은 새로운 백성의 복음적 삶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삶이라서 그리도 강하게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세례성사는 죄에 대한 죽음의 성사요,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재창조되는 은총의 성사입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세상의 옷을 벗고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의복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자아로 무장한 새로운 인간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매일 과거의 악습에 죽어야겠습니다.

수시로 우리를 유혹하는 죄와 탐욕에서 죽어야겠습니다. 시시각각 분노와 격분, 악의와 중상에 죽고, 온유하고 자비로운 새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