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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죄인인 우리를 파트너로 택하시는 예수님

9월5일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죄와 죽음의 종살이에서 신음하는 이 땅에 새 하늘 새 땅, 새로운 도읍 예루살렘을 건설하러 오신 예수님께서 당신 사업의 첫 번째 협조자로 어부였던 시몬, 야고보, 요한을 선택하셨다는 것, 참으로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으며 한없이 부족했던 어부들을 인류 구원 사업의 첫 번째 핵심 제자단으로 부르신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분의 특별한 선택을 묵상하며 왜 부적격자인 나를 봉헌생활로 불러주셨나, 하는 제 개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예수님 같았으면 당시 인재의 산실이자 유다 전통의 본산인 예루살렘으로 갔을 것입니다. 거기서 율법학교를 정식으로 졸업한 제대로 된 인재, 호감이 가면서도 다재다능하고 일 추진력도 갖춘 능력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애썼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철저하게도 변방에 해당되는 갈릴래아 지방, 그것도 호숫가에서 하루하루 그물을 치며 생계를 연명해가던 어부들을 첫 제자단에 가입시켰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불림 받기 직전까지 그들은 어부로서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갈릴래아 호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물을 던졌지만 그날따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일당도 못 건진 그들이었기에 의기소침한 얼굴로 그물을 씻고 있었는데, 하필 그 순간 예수님께서 시몬의 배에 오르셨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의 어부로서의 생활이 어떠했을까요? 요즘 어부들의 삶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겠지요. 기계화되지 못한 수동식 쪽 배에다가 어군탐지기도 없었으니 조업 조건은 더 열악했겠지요.

날씨가 궂으면 해변 가에서 하루 종일 그물을 손질하며 바늘이며 미끼를 손질하면서 조업을 준비합니다. 날씨가 잔잔해지면 배를 타고 깊은 호수 안으로 들어갑니다. 운이 좋아 많은 고기를 잡으면 내다 팔고 한 끼 잘 먹습니다.

재수가 없어 허탕을 친다든지 악천후가 계속되면 며칠이고 우울한 얼굴로 낮술을 기울였겠지요. 그들의 하루하루 생활은 생업에 너무 바빠 새 하늘 새 땅, 새로운 도읍 예루살렘, 구원, 메시아, 이런 단어들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팍팍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을 당신 첫 번째 사도단에 가입시키신 것입니다. 시몬은 자신의 부당함과 현재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초대에 거부의사를 표시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단호하십니다. 굳이 그토록 부당한 시몬, 그 위에 당신 교회의 초석을 놓으십니다. 선인들이 아니라 죄인들의 도움을 받아 당신 구원 사업을 시작하십니다.

오늘 이 시대에도 예수님의 생각은 변함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 많이 배운 사람들,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사람들, 죄인들, 한없이 부족한 사람들, 바로 우리들, 곧 내 위에 새 도읍 예루살렘을 건설하십니다. 죄인인 우리들의 손길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성취하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