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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의 시작은 철저하게도 밑바닥에서부터 였습니다. 무(無)에서 시작하셨습니다!

9월2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오랜 준비 기간을 끝내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본격적인 공생활이자 사목활동을 시작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와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한 당신 사명의 서막이 최초로 시작되는 장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 같았으면 아마도, 당대 제일 잘 나가던 도시, 로마나 아테네, 예루살렘이나 안티오키아 같은 대도시에서 거창하게 시작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이나 창당 대회 하듯이 멋지게 무대도 꾸미고, 각계 주요 인사들도 초대할 것입니다.

프로그램도 알차게 짜고, 사회자가 진행도 하고,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이신 예수님께서 포부도 밝히고…

그러나 웬걸,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장소는 당시 유다 주류 세력들이 멸시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던 갈릴래아 지방이었습니다.
사실 갈릴래아는 팔레스티나에서 가장 비옥한 토지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외침이 잦았습니다.
틈만 나면 이민족들에게 점령당하고 착취를 당해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마태오 복음 4장 15절)라고 까지 불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갈릴래아는 잦은 민중 봉기로 유명했습니다.
따라서 갈릴래아는 유다 고위층 인사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지역이었던 것이지요.

갈릴래아에는 비옥한 농토로 인해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백성들의 삶이 윤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작농이거나, 하루하루 일당 받아 생계를 유지하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첫 발걸음은 천대받고 무시당하던 지역 갈릴래아 지방, 그 중에서도 나자렛을 선택하셨습니다.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나자렛 사람들은 동향 사람이라는 이유로 예수님으로부터 첫번째 선택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일 앞에 감사하고 환호해도 부족할터인데, 예수님의 신원을 의심하고, 그분의 말씀에 화를 내고, 그것도 모자라 그분을 고을 밖으로 내몰고, 벼랑 끝까지 끌고가 밑으로 떨어트리려 했습니다.

나자렛 사람들,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가지가지 죄를 짓고 말았습니다.

지독한 선입견과 고정 관념으로 인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이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살기등등한 얼굴로 예수님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습니다.

보십시오. 예수님의 시작은 철저하게도 밑바닥에서부터였습니다.
무(無)에서 시작하셨습니다.
그분께서 최초로 마주한 광경은 동족과 고향 마을 사람들의 불신앙이었습니다.
죄와 배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인들의 안식일 집회는 주로 오전에 행해졌습니다.
집회는 주로 기도와 성경 봉독, 해설로 이루어졌습니다.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은 들으라) 기도로 시작되어, 18기도문 암송, 성경 봉독으로 이어졌습니다.

성경 봉독은 첫번째 독서로 율법서 한 부분을, 두번째 독서로 1독서에 상응하는 예언서를
발췌해서 읽습니다. 성경 봉독이 끝나면, 그에 따른 설교가 뒤따랐습니다.

유다인 남성은 누구나 설교할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나자렛 회당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신 것입니다.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어떤 설교(성경 해설)를 하실까,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설교는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의 명설교였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짧고 간결했습니다.
또한 힘이 있었고 의미심장했습니다.

저같았더라도 고향 마을 사람들 앞에 금의환향했겠다, 감사의 인사도 전하고, 앞으로의 포부도 먼저 밝히고, 봉독한 이사야 예언서에 대한 명쾌하고 감동적인 해설을
덧붙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저 딱 한마디만 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복음 4장 21절)

예언의 성취는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임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 안에 하느님의 영이 머물고 계심을 확증하신 것입니다.

당신이 종말론적인 예언자요 하느님으로부터 도유된 분 곧 메시아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도래로 인해 이제 구원의 시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분을 구세주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은 이제부터 하느님 마음에 드는 해, 그분에게 흡족한 해, 주님의 은혜로운 해, 희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