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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도자로서 성공하는 비결

8월27일 [성녀 모니카 기념일/연중 제21주간 화요일]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눈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

며칠 전 저희 집에서 한 가족 단체의 피정이 있었습니다. 점심을 제공해드려야 했는데, 주방 자매님들이 간만에 휴가 중이라 피정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아니면 단체로 외식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설왕설래하길래 제가 큰소리를 좀 쳤습니다.

“몸만 오세요. 식사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다 저한테 맡기세요.”
그러나 웬걸 날짜가 슬슬 다가오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큰 소리 엄청 쳤는데 어떡하지, 하는 마음을 뒤로 하고 낚싯대를 챙겨 바다로 나갔습니다. 다행히 녀석들이 협조를 잘 해줘서 ‘심해 자연산’ 식사거리를 제대로 장만했습니다.

드디어 당일 아침, 소매를 걷어붙이고 칼을 들었습니다. 냉동되어 있던 녀석들을 꺼내 매운탕꺼리들을 일일이 손질하고, 구이용은 소금 간을 맞췄습니다. 고마우신 자매님의 노고로 그럴듯한 생선구이와 매운탕으로 근사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피정을 마치고 돌아간 분들, 다들 한결같은 목소리로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자연산 매운탕 정말 맛있었습니다.”
“완존 감동 받았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감동받았다니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앞으로 좀 더 자주 우리 형제자매들, 가족들, 이웃들을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목자로서 신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장 좋은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할 때 비결은 단 한 가지입니다.

내가 누군데, 하는 마음 멀리 멀리 떨쳐버리고 자신을 낮춰 신자들에게 다가서는 일입니다.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들 사이로 내려가고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사진들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어제 오늘 계속되는 복음 내용이 그릇된 지도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강경한 질타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눈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

예수님으로부터 신랄하게, 끔찍할 정도의 독설을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그들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자 결핍은 겸손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고리타분한 전통과 수천 수 만 가지의 율법에 사로잡혀 정작 지도자로서 중요한 사목적 봉사, 아랫사람들과의 스킨십,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겸손의 덕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 한 가지가 주어지는군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그들을 바라보며 함께 욕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강하게 예수님의 질타를 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 원인이 내 안에도 있는지 찬찬히 내 내면을 살펴볼 일입니다.

한 사목자가, 한 회사의 CEO가, 한 가정공동체의 가장이 내가 누군데, 하며 어깨에 힘줄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게 이 직책을 어깨에 지워주신 이유는 오직 한 가지 형제적 봉사에 있음을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기쁨으로 섬기고, 그들의 선익을 위해, 그들의 행복을 위해, 그들의 성장을 위해 한 알 썩은 밀알이 될 때,  그 지도자는 이미 성공한 지도자입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마다 오늘 하느님께서 내게 이 하루를 다시금 허락하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단 한 가지, 내 삶을 통해, 내 인생을 통해, 내 하루 일과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은 많은 경우 함께 걸어가는 인간에 대한 사심 없는 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