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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군가를 제대로 한번 잘 만난다는 것

8월24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연중 제20주간 토요일]

요한 복음서에 등장하는 나타나엘과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바르톨로메오 사도와 예수님의 첫 만남 장면은 참으로 특별합니다.

구세주 그리스도를 직접 뵌 기쁨에 하늘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인 필립보 사도는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친구 나타나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외칩니다.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시오.”(요한복음 1장 45절)

그러나 나타나엘의 반응은 의외입니다. 무덤덤하다 못해 시니컬합니다. 흥미 없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복음 1장 46절)

별 기대도 바람도 없었지만 친구가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 나타나엘은 예수님의 얼굴을 뵈러 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예수님의 빛나고 기품 있는 얼굴을 뵙자마자 그의 가슴이 갑자기 뛰기 시작합니다. 암울한 시대를 아무런 희망도 없이 울적하게 살아가던 한 청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활짝 펴지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잔뜩 상기되고 고무된 나타나엘의 가슴에 예수님께서는 활활 불을 지르십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요한복음 1장 47절)

좀 전 까지만 해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자렛 출신 어쩌구저쩌구하던 나타나엘은 예수님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180도 태도를 바꿉니다.

태도뿐만 아니라 인생조차 바꿉니다. 정통 유다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사람, 메시아 예수님에 대한 의혹과 의심으로 마음이 가득 차 있던 사람, 지극히 냉소적이고 회의적이었던 나타나엘이었는데, 예수님을 만나자마자 그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큰 회심이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 발산하시는 큰 광채 앞에 그의 불신과 냉담함이 순식간에 녹아버린 것입니다. 예수님과 나타나엘의 첫 만남 장면을 묵상하면서 나와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지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큰 광채나 매력이 아니라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던져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연륜을 더해갈수록 나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꿔나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 깊은 마음의 평화와 위로, 삶의 기쁨을 느끼도록 더 나를 성장시켜야겠습니다. 나를 통해 사람들이 내 뒤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뵙게 해야겠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현재 이란 영토인 메소포타미아·파르티아 그리고 현재 터키에 속하는 키라오니아, 아르메니아 등지에서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펼쳐나갔다고 합니다.

그의 선교사업은 가는 곳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교 사제들로부터 마법사라고 고발당한 뒤 체포되어 끔찍하게 순교합니다.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졌을 뿐 아니라 그 상태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거기다 참수형까지 당했답니다. 따라서 그의 상징물은 칼과 벗겨진 살가죽입니다.

한때 구세주 예수님의 존재에 대해 큰 회의감과 의심을 품었던 바르톨로메오 사도가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지난 삶을 내려놓고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그분을 전하기 위해 적극적인 선교활동에 헌신하다가 참혹하게 죽임 당했다는 것,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제대로 한 번 잘 만난다는 것,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찾아온 바르톨로메오를 순식간에 매료시킨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주셨습니다. 그간의 작은 세상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자기중심적 삶을 깨트리고 하느님 중심적 삶을 열어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열어주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우리도 이웃들에게 열어주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놓치고 불행하게 살아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그들이 육적인 삶, 자기중심적 삶을 깨트리고 하느님 중심적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해줘야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행복한 새 세상을 만나게 해줘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