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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참하면서도 위대한, 죄인이면서도 거룩한 인간 존재의 신비!

8월22일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인간 존재의 신비’에 대해서 참 많이 묵상하고 또한 스스로를 성찰하게 됩니다.

그릇된 신념과 사상에 사로잡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얼토당토 않는 막말과 폭언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비참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수시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 한 인간이 얼마나 천박하고 추해질 수 있는지를 매일 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반대의 길을 걷은 사람들, 부끄러운 그들과는 완전 반대쪽 극단에 서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면서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합니다. 부끄러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데도, 눈뜰 때 부터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틈만 나면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함에 대해 크게 가슴을 칩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비참한 존재가 인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거룩하고 완전한 존재가 될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또한 인간입니다. 이제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이 되신 우리 성인성녀들과 위인들이 그러하셨습니다.

그들은 비참했지만 동시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들은 나약했지만 강건하게 변화되었습니다.

비참함을 딛고 위대함으로 나아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삶의 특징 한 가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느님과 동료 인간, 진리와 양심에 활짝 열려 있었던 점, 곧 개방성이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아마도 하느님의 초대에도 활짝 자신을 열고 그 초대에 응하며, 기쁜 마음으로 하늘 나라로 들어가, 그분이 차려주시는 잔칫상에 앉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비유 말씀에는 간절함을 넘어 절박함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내내 큰 목소리로 외치셨습니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다가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지난 그릇된 삶을 바꾸라!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혼인 잔치를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부르시는 그분의 음성에 기쁜 마음으로 ‘예!’하고 응답하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그 소중한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밭일 하러 가야 된다고, 장사하러 가야 한다고, 놀러가야 한다고. 오로지 땅만 바라보고 걷던 그들,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만 몰두했던 그들은 안타깝게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를 놓쳐버리고 만것입니다.

마음이 꼭 닫혀 있던 이들, 오래 전부터 답습해오던 삶의 울타리를 단 한치도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그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시선에는 큰 슬픔과 안타까움에 담겨있습니다. 탄식조의 말씀에는 애끓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마태오 복음 22장 8절, 14절)

좁은 땅 덩어리 안에서 겪어왔던 지역 간의 갈등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고통이요 상처였는데, 요즘은 그 위에 이념과 역사관의 차이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똘똘 뭉친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 있습니다. 선량한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들..

인생 결코 길지 않습니다. 나중에 하느님 앞에 섰을 때, 그리고 애국지사들과 순국선열들 앞에 섰을 때, 그 큰 부끄러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께서 우리나라, 참으로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참으로 가련한 우리나라를 굽어보시어, 하루빨리 이 혼돈의 세월이 진정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우리 착한 국민들이 진리와 정의를 향해 활짝 마음의 문을 열기를, 사악한 거짓 지도자들의 휘둘림에 속어넘어가지 않기를, 참다운 역사관을 지니기를 또한 기도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