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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린이로 태어나서, 오랜 세월 어른으로 살았으니, 이제 다시 어린이로 되돌아가야만 합니다!

8월17일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조만간 당신이 겪어야 할 고통스런 운명을 분명히 알고 계신 예수님이셨지만, 예루살렘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당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또한 잘 알고 계셨기에, 남아있게 될 당신 제자들과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아버지의 사랑을 가르치려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십니다.

그 첫번째가 어린이들을 축복하시며 겸손의 덕을 가르치는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축복과 안수를 청합니다.

그런 어른들의 모습에 사도들의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안그래도 집요하게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상습피로에 시달리던 스승님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휴식이 필요한 스승님이셨기에, 개념도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짜증이 났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 생각에, 스승님께서는 더 위대하고 중요한 일을 행하셔야 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개념없는 어린이들을 축복하는 일은 아무런 가치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제자들의 생각과 180도 달랐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을 크게 꾸짖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오 복음 19장 14절)

여기서 말씀하신 어린이들은 서너대여섯살 어린이들도 해당되겠지만, 더 폭넓게 적용됩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이들, 단순하고 소박한 이들, 스스로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기에,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전적으로 맡겨드리는 이들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사람들, 어린이들, 작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신앙인들의 모범이요 이정표로 선언하십니다.

하늘 나라는 많이 배웠다고 자부하는 바리사이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자신의 능력과 공덕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 자신의 모든 삶을 내맡기는 사람, 그분의 크신 자비에 매일 의탁하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주어지는 선물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진정한 어린이들은 세상 온천지가 호기심 천국입니다. 매사를 설레는 마음으로 흥미진진하게 바라봅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상만사를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로 수용합니다.

나이를 점점 들어갈수록 더 노력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어린이로 태어나서, 오랜 세월 어른으로 살았으니, 이제 다시 어린이로 되돌아갈 순간입니다.

어린이들이 지닌 삶의 특징은 나약함이요 미성숙이지만, 동시에 기쁨이요 희망, 천진난만함이요 신뢰심입니다.

어린이들은 오늘 내 처지가 아무리 암담하더라도 큰 실망에 빠지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하고 감사합니다. 고통스런 삶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일상 안에서의 작은 기쁨을 찾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