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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8월15일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1)우리 안에 태어나시는 하느님

하루하루를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영역의 개척, 그러기에 매일을 보람과 기쁨으로 꽉 찬 충만하고 행복한 인생을 엮어가는 한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지닌 원대한 비전과 탁월한 재능, 따뜻하고 겸손한 인간 됨됨이로 인해 수많은 지지자들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그의 기여와 희생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부러운 시선으로 그 분의 삶을 바라보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인간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저렇게 높이 올라갈 수도 있구나, 한 인간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 저렇게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이 올라간 사람은 누구일까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서 가장 큰 진보를 이룬 분은 누굴까요? 그분은 다름 아닌 성모님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성모님은 우리에게 한 인간이 얼마나 변화될 수 있는지, 얼마나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하느님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은 우리 모두에게도 희망과 자극을 주는 축제입니다. 예수님의 잉태와 출산, 양육을 위한 성모님의 큰 희생과 노고도 대단한 것이지만, 우리가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은 성모님의 신앙여정입니다.

한 평생 다양한 위기와 고통, 큰 십자가와 험난한 가시밭길이 성모님 생애 내내 따라 다녔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태도를 보십시오. 조금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머뭇거리지 않으셨습니다. 희미한 안개속의 위험한 길을 걸어 가시면서도 그 발걸음이 늘 당당했습니다.

천사를 통해 들려온 하느님의 약속을 마음에 새기고 매일 새롭게 결코 만만치 않은 신앙의 길을 기쁜 얼굴로 걸어가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하셨고, 사랑의 힘으로 예수님을 이 세상에 낳으셨습니다.

이제 성모님께 주어졌던 역할이 우리 모두에게 확대되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 안에 예수님을 잉태하지 못한다면, 그 옛날 성모님의 아기 예수 잉태는 그저 오래 전 이야기일 뿐입니다.

오늘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아기 예수님의 잉태는 되풀이되어야 합니다. 나도 힘들지만 미혼모가 낳고 떠난 아기 한명을 입양하면 그것은 내가 아기 예수님을 낳는 일입니다.

우리 가족도 힘들지만 도움이 필요한 보육시설 아동들의 구체적 결핍을 채워주는 일은 어떤 면에서 내가 직접 또 다른 아기 예수님을 낳는 일입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필요에 응하는 일, 작지만 시간 내어주는 일은 또 다른 아기 예수님을 낳는 일입니다.

하느님은 어디 다른 하늘 아래서 멀리 계셔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늘 새롭게 거듭 태어나셔야 할 존재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성모님이 되어야 합니다.

성모님처럼 아쉽지만 또 다시 나를 떠나고, 안타깝지만 어제와 결별하고, 늘 새로운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부단히 다시 태어나실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가슴 아프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온 성모님께 명확하게 선을 하나 그어드립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며 성모님을 칭송하는 사람들을 향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선포하십니다.

예수님은 나자렛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갇혀 계셔서는 안 될 분이십니다. 보다 큰 세상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향해, 보다 큰 사랑을 위해 계속 성장하고, 결국 하느님 아버지와 동일시되어야 할 크신 분이십니다.

우리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동반해주고 있는 형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내 소유, 내 부속품이 절대로 아닙니다. 언젠가 분명히 나를 떠날 것이고, 분명히 나를 능가할 것이고, 성장하고 또 성장해서 예수님처럼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믿음이 오늘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인간 존재라는 것 때로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하지만, 때로 작은 울타리에 갇혀 괴로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한히 성장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충만한 존재가 역시 인간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있음을, 성모님처럼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결국 우리 안에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늘 현존하고 계심을 굳게 믿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