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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누군지 알아?

♣복음말씀의 향기♣
8월13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

철없던 젊은 시절 ‘내가 누군데’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경험도 일천하고 속에 든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폼만 ‘디따’ 잡았으니 사람들 눈에 얼마나 한심스럽게 보였겠습니까?

이쪽에서 뻣뻣하게 나가니 저쪽에선들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좌충우돌, 갈팡질팡 하면서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았습니다. 사는 게 늘 진흙탕 속이었습니다.

이제야 가슴 치며 뉘우치는 것 한 가지는 인생을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피를 말리는 경쟁체제를 넘어서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 좋은 세상, 이 금쪽같은 시간들, 사랑하며 살기에도 바쁘고 아까운데, 아옹다옹, 티격태격하느라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꽤나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조금이나마 깨닫고 보니 삶이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모릅니다.

나만 그런 아픈 체험을 했나 생각했더니, 여러 선배 신부님들도 저와 똑같은 체험을 먼저 하셨더라구요.

한 신부님 표현에 따르면, 서품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었습니다. 사제가 되니 기분이 마치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었더랍니다. 갑자기 햇가닥해 버리셨답니다. 우쭐한 기분에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습니다. 우쭐할 대로 우쭐해져서 동네방네 다니면서 ‘내가 신부야 신부’, 하고 외치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저건 신부도 아니야’라며 자신을 신부 취급도 하지 않더라더군요.

세월이 좀 흘러 나이가 들었고, 동시에 인생의 단맛 쓴맛 다보고난 어느 날,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마침내 처음으로 큰 부끄러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나 같은 건 사제 자격도 없다’고 외치기 시작했더니, 그제야 사람들은 당신보고 신부님, 신부님 하더랍니다.

보십시오. 우리가 자신의 근원, 근본을 망각한 채 내가 누군데, 하는 순간 하느님은 물론이고 인간까지 우리를 떠나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노력이 절대 내가 누군데,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높은 사람, 큰 인물,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높이 올라가면 서서히 내려올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꼴불견 중의 꼴불견은 별것도 없으면서 목에 잔뜩 힘주고 다니면서 ‘내가 누군데’, 하고 뻐기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어찌 됐든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윗자리 차지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입니다.

든 것도 없으면서 엄청 자신을 부풀리고 과대 포장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위선자의 모습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거품을 빼내야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이중성과 위선, 형식주의를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회개의 첫걸음이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위한 바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