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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보스코의 복사판 돈루아

돈보스코의 복사판 돈루아

언젠가 엄청 바쁠 때의 일입니다. 제가 뭔가 가지러 1층에서 2층으로 막 뛰어올라가던 때였습니다. 1층과 2층 사이 중간 지점에서 어떤 수사님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수사님과 긴히 할 이야기도 있어서 한 5분 정도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서 특별한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제가 밑에서 올라가던 중이었는지, 위에서 내려오는 중이었는지가 잘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수사님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수사님, 제가 아까 위에서 내려오던가요? 아니면 밑에서 올라오던가요?”

정말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우리 삶 안에서 종종 발생하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너무 한 치 눈앞의 일만 생각하다보니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고 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잊어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베르나르도 성인께서는 아침에서 눈을 뜨면 습관처럼 이런 묵상을 하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그러나 아주 간단한 베르나르도 묵상법입니다. “너는 어디서 왔는가?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런데 살아생전 돈보스코께서도 이 베르나르도 묵상법을 자신의 후계자인 복자 돈루아에게 자주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돈루아는 자신의 스승이자 영적지도자, 아버지이자 선임자였던 돈보스코의 권고를 받아들여 한평생에 걸쳐 매일같이 베르나르도 묵상에 충실했습니다.

돈루아가 돈보스코 성인에 대해 자주 하신 말씀입니다. “제게 있어 돈보스코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묵상이요 영적독서입니다.” 그만큼 돈루아는 돈보스코에게 충실했습니다. 자신에게 있어 돈보스코는 한평생 추구해야할 롤 모델이자 이상향이었습니다.

돈루아는 한평생 돈보스코를 바라보고 그의 삶 안에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즉 돈보스코를 관상하는 것을 최우선적 영적인 길로 선택하고 매일매일 또 다른 돈보스코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돈루아 봉헌생활의 원천은 돈보스코였습니다. 돈루아 봉헌생활의 종착지는 돈보스코였습니다. 한평생 돈루아가 했던 일은 돈보스코가 원했던 일, 돈보스코가 행했던 일이었습니다.

돈보스코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돈루아는 그의 후계자로 임명됩니다. 총장으로 재임하던 때 돈루아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던 습관적 말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돈보스코였습니다. “돈보스코는 이러하셨는데…” “돈보스코는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돈보스코께서 원하시길…” 결국 교회는 돈보스코 뿐만 아니라 제2의 돈보스코, 돈보스코의 복사판이 되길 원했던 돈루아의 성성을 만천하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돈루아의 시복식 미사를 주례하셨던 비오 6세 교황님께서는 강론 중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살레시오 가족은 돈보스코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돈루아에 의해 지속되었습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돈 루아를 ‘돈보스코와 같은 방식으로 돈보스코처럼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신 분’이라고 칭송하기도 하였습니다. 솔직히 돈루아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스스로 돈보스코란 거목 뒤에 숨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입니다. 돈루아는 세례자 요한과 그리스도의 관계처럼 돈보스코의 이름과 명성이 날로 커지기를, 그리고 반대로 자신은 날로 작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