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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님으로 인해 나는 의미 있는 존재

주님으로 인해 나는 의미 있는 존재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님과 물 밑으로 빠져버린 베드로 사도 사건이 소개되고 있는 마태오 복음 14장은 아직 제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왕초보들’이었기에, 아직 갈 길이 먼 ‘애송이’ 제자들이었기에, 쉼 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제자 공동체의 실상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때 마침 갈릴래아 호수에는 맞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저는 여러 번 체험해봐서 잘 아는데 물이라는 것 정말 무섭더군요. 서해바다 같은 경우 조수간만의 차가 얼마나 큰지, 물이 빠져나갈 때, 물의 흐름을 거슬러 되돌아오기란 정말 힘듭니다. 갈릴래아 호수 같이 큰 호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맞바람을 한번 만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오늘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가던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제대로 된 역풍을 만난 것입니다. 거기다 악천후에 파도까지 넘실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경우 바람의 흐름에 따라 되돌아오던지, 바람의 흐름을 타고, 물결의 흐름에 맡기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상책인데, 당황한 제자들은 기를 쓰고 역풍에 맞섰겠지요. 그러다보니 힘은 힘대로 들고 배는 그 자리서 계속 맴돌고만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 누구에게나 드는 생각은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곳을 벗어나고자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노를 저었기에 제자들은 하늘이 다 노랗게 보였을 것입니다. 현기증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오셨습니다.

제자들이 겁에 질려 외치는 비명소리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정말 가∼관입니다. “유령이다!”

무슨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제자들입니다. 스승을 보고 유령이라니요. 보십시오. 아직도 가야할 길이 까마득한 제자들입니다. 아직도 더 큰 가르침, 더 큰 깨우침, 더 큰 신앙이 필요한 제자들입니다.

역풍을 만나 힘겨워하는 제자들이 너무 딱해 안심시키고 도와주기 위해 찾아오신 스승을 보고 유령이라고 외친 제자들, 그리고 이윽고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 순식간에 정말 ‘뻘쭘’하고 송구스럽고 수습하기 힘든 난감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하필 그 어색한 순간, 좀 가만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베드로 사도가 또 나섰습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용기백배해서 물위를 몇 걸음 걸어 예수님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어, 나도 되네.” 그 순간 베드로 사도는 다른 제자들 앞에 우쭐해졌겠지요? 그러면서 좀 뻐겼을 것입니다. “자네들 나 봤냐? 나야 나! 나라구! 수제자! 너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거야.”

유머감각이 보통이 아니셨던 예수님께서는 그 순간 잔뜩 기고만장해있는 베드로에게 한방 제대로 먹이십니다. 순식간에 거센 바람을 일으켜 베드로 앞으로 보내십니다. 갑자기 겁을 잔뜩 집어먹은 베드로는 여지없이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전의 그 자신감, 당당함을 순식간에 사라지고 큰 두려움에 체면불구하고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마치도 개그콘서트 한 코너를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지속적인 겸손입니다. 주님으로 인해 나는 의미 있는 존재, 주님 떠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겸허함입니다.

우리 내면이 나는 특별하다, 나는 대단하다며 교만과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주님께서 우리를 떠나십니다. 주님 도움 같은 것 필요 없다, 나 혼자 힘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떵떵거리는 사람에게서 주님은 홀연히 떠나가십니다. 

비록 오늘 우리 매일의 삶이 흔들리고 크게 요동친다할지라도 늘 겸손하게 주님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에게 주님께서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얻지 못할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삶이 끝도 없는 고통과 좌절, 병고와 십자가로 도배된다 할지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분의 옷자락을 꼭 붙들고 그분의 전지전능하심을 믿는 사람에게 주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기적을 계속해나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