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사랑법

사랑법

하느님께서 지니신 속성, 본질적인 측면들을 꼽으라면 어떤 항목들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저는 이런 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그분의 측은지심으로 가득한 그윽한 눈길, 항상 거기 계심, 변함없음, 한결같음, 언제라도 우리를 받아주고 용서하심, 대자대비하심, 우리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 끝도 없는 증여, 전적인 내어줌….

결국 하느님의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다면 ‘자비’입니다. 우리의 하느님, 자비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자비의 하느님이시기에 당신의 모상인 우리 각자를 향해서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끔찍이도 사랑하시는지 우리와 완전히 하나 되길 원하십니다. 우리 내면 깊숙이 들어오시기를 원하십니다. 이렇게 우리와 완전히 일치하길 원하시는 하느님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 바로 성체성사가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가 잘 되기만을, 우리 인생길이 활짝 펴기만을, 늘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바라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 바로 화해성사가 아닐까요?

정기석 시인의 ‘사랑법’이란 시를 한번 보십시오. 이런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해도 해도 너무한 사랑’ ‘바보 같은 사랑’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이 들어와서 내 안에 사는 일
당신이 나를 지우는 일
나를 지워서 당신이 되는 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지우는 일
지워서 주는 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주어 
당신의 가슴에 꽃을 심는 일
꽃을 가꾸는 일
꽃으로 살아 
당신의 영혼 속에 고이 눕는 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던지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우리 안에 들어와 24시간 내내 사십니다. 우리 안에 향기롭고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십니다. 이보다 더 큰 자비와 은총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헤아릴 길 없는 크신 하느님 자비 앞에 우리의 응답이 필요합니다. 내 안에 들어오신 하느님을 생각하며 나를 지우는 일입니다. 쓸 데 없는 자존심과 완고한 마음, 지독한 불신과 증오의 마음을 지우는 일입니다. 

내 안에 꽃피어난 꽃 한 송이를 정성껏 잘 가꾸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단 한번 우리에게 주신 이 소중한 삶 열심히 살아 아름답게 활짝 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삶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일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되어주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