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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군가가 내게 온다는 건

누군가가 내게 온다는 건

언젠가 교보빌딩 앞을 지나다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 한 구절을 접하고 그분의 필력에 크게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짧은 시 한 구절 안에 그리도 많은 의미와 감정과 여운을 담을 수가 있을까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게 온다는 것,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은총이자 한 우주를 만나고 또 다른 세계를 접하는 대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평생토록 잊지 못할 고마운 인연 하나를 주셨습니다. 그 스승님은 보통 선생님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셨습니다. 그 선생님만은 항상 우리 편이셨습니다. 저희가 비인간적인 취급당하는 것을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없는 집안이라고 차별대우 하지 않으셨습니다. 말귀 못 알아먹는다고, 성적이 바닥이라고, 사람 무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흐뭇한 미소 지으시면서, 늘 기다려주시면서, 존재 자체로 저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셨습니다.

정말이지 내놓을만한 것 하나 없던 저희들, 별 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던 저희들이었지만 선생님은 끊임없이 저희를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저희들의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하시며 한 걸음 앞으로 더 나아가도록 격려해주셨습니다. 작은 꿈이 아니라 큰 꿈을 꾸도록 자극해주셨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으로 가득했던 일거수일투족이 제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제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제대로 된 스승 한명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사람이 얼마나 관대할 수 있는지를.

예수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때로 나는 벌레만도 못하다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데 열심이었는데, 이런 나를 향해 절대 그게 아니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정말이지 깜짝 놀랄 일입니다. 나 같은 인간, 하느님 안중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분께서 내 머리카락 숫자까지 다 세어두셨답니다.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셨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만큼 하느님께서 내게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고 허물투성이뿐인 내 일생일지라도 그분께서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저 흘러가는 것 같은 내 일상생활, 내 일거수일투족이 그분의 큰 관심사란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작은 몸짓 하나 하나라고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생활 전체를 무심코 흘려보내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하루가 아무리 무의미해보이고 암담해보일지라도 더 이상 막 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 매일의 삶에 보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하겠습니다. 보다 영양가 있는 일상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심기일전해야겠습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철저하게도 희망의 하느님이십니다. 악조차 선으로 바꾸시는 하느님, 죄와 타락으로 얼룩진 우리의 인생이라 할지라도 관대하게 기다려주시며, 끝까지 참아주시며 당신의 현존으로 한 인생의 모든 것을 뒤바꾸시는 희망의 하느님, 죽음조차도 잔치로 바꾸시는 축복의 하느님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