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모든 것을 단순화 시키십시오

모든 것을 단순화 시키십시오

사도들을 세상에 파견하기에 앞서 일장훈시하시는 예수님 분위기는 엄숙하고 비장하다 못해 강경하기까지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강도 높은 수련을 마치고 서원을 하는 발하는 형제들에게, 오랜 신학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사제로 서품되는 형제들에게, 그 모습이 못내 불안하고, 무척이나 안쓰럽고, 그래서 이런 저런 잔소리에 또 잔소리, 그것도 모자라, 마무리 정신교육, 그리고 정말 마지막이라며 또 한 소리…

그것이 제자들을 바라보는 세상 모든 스승들의 심정이겠지요. 부디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나같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때로 타이르고, 때로 호통치고, 때로 섬뜩한 경고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도들을 세상으로 파견하는 복음을 묵상해보니 예수님의 ‘잔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사도들이어서 그랬는지 이런 저런 일장연설이 끝도 없습니다.

“너희들을 세상으로 파견하려니 내가 너무 걱정 되서 밤잠이 안 온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란다. 세상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절대 속아 넘어 가지 마라.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 날카로운 발톱을 몰래 숨기고 있는 사람들을 조심해라. 부디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혹시라도 적대자들 앞으로 끌려가더라도 겁먹지 마라. 내가 너희와 함께 하겠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더라도 부디 끝까지 견뎌라.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든 맞서 싸우지 말고 다른 고을로 피해가라.”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는 예수님의 당부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성덕이란 삶을 단순화시키며, 그 삶을 온전히 사는 것입니다. 성화의 삶이란 하느님 외, 복음 선포 외, 옆으로 새어나가는 에너지들을 부단히 차단하고 한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정렬시키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삶을 충만하고 거룩한 성인(聖人)의 삶으로 만들고 싶습니까? 오늘 하루 여러분의 삶을 성공적인 삶, 일생일대의 걸작으로 만들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입니다. 오늘 하루 내 앞에 펼쳐진 하루를 단순화시키는 것입니다. 생각을 단순화시키고, 마음을 단순화시키고, 삶을 단순화시켜보십시오. 우리 삶에 다가오는 여러 과제들, 대상들 앞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하고 긴박한 대상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선택한 대상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 대상은 너무나도 당연히 하느님이며, 이 땅에 내려오신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분께서 남겨주신 복음이며, 또 다른 예수님이신 내 이웃들, 내 가족들이 아닐까요?

성인의 삶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미워하고 박해하고 죽음으로 몰고간다할지라도 끝임 없이 세상을 용서하고, 세상을 위해 기도하며, 내 성화된 삶을 통해 세상을 정화시켜나가는 그 삶이야말로 성인(聖人)으로서의 충만한 하루가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 선포자로서 세상 속으로 투신하며 세상 속에 살아가지만, 결코 세상에 물드는 법 없이 세상에 하느님을 선물하는, 세상에 하느님의 선하심과 위대하심을 선포하는 사도로서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