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 유언공개··· 브라스밴드의 검은 눈물
남수단 톤즈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한국 살레시오회 방문
-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2.10.21 13:19

| ↑고 이태석 신부가 창단한 남수단 톤즈 살레시오공동체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가 20일 오후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수도원을 방문, 이태석 신부가 투병생활을 했던 병실을 둘러본 후 기도를 하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 |
아이들은 먼저 하늘로 간 스승이자 ‘아버지’의 마지막 자취를 하나하나 돌아봤다. 맑은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이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모두 무릎을 꿇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다.
한국을 찾은 이 검은 피부의 아이들은 머나먼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왔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땅’ 톤즈에서 자신들을 돌보고 가르쳤던 고 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자취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이 신부가 톤즈에서 아이들을 위해 구성한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소속의 청소년 29명이다.

| ↑브라스밴드가 20일 오후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수도원을 방문해 고 이태석 신부의 투병 당시 사진을 보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 |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는 이들의 방문을 맞아 지난 20일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수도원 내 청소년센터에서 이 신부를 기리는 추모행사를 열었다. 대림동 살레시오수도원은 이 신부가 하늘로 가기 전 마지막 생활했던 곳이다. 아이들은 이 신부가 암 발병 후 투병생활을 하던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머물렀던 방도 보았다. 이 신부는 생을 마칠 때까지 이곳에서 톤즈의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투병생활을 했다.
이날 행사에선 청소년센터에 거주하는 한국 청소년들이 브라스밴드를 환영하기 위해 합창을 선보였다. 한국과 남수단의 청소년들이 하나가 되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남수단 청소년들을 울린 것은 이 신부가 남긴 마지막 사랑의 인사였다. 한국살레시오회의 장동현 신부가 대신해 공개 낭독했다.
“저는 톤즈에서 여러 해 지내면서 톤즈 사람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을 베풀며, 많은 것을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제가 그들에게서 얻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눌 줄 알았습니다. 톤즈 사람들과 아이들은 제게 늘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들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했고 또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톤즈 사람들과 아이들은 저를 사제로서 교육자로서 믿어줬고 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톤즈의 친구들에게 감사하면서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언이 전달된 후 ‘돈보스코 브라스밴드’는 이 신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힘찬 연주를 선사했다. 살레시오회의 백광현 신부는 “오늘은 슬프면서도 복잡한 심정이 든다”며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톤즈의 청소년들을 한국에 초청하고 싶어 했는데 오늘이 비로소 이 신부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신부는 참혹한 전쟁의 화마를 이겨내고 오늘의 발전을 이뤄낸 한국을 보여주면 톤즈의 아이들도 원대한 꿈과 계획을 갖게 될 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가 생전에 장학생으로 한국에 초청해 현재 서강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산티노 댕은 “밴드의 꿈이 수단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연주를 하는 것인데, 오늘 이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 졌다”며 “늘 사랑과 함께 꿈을 갖도록 해준 이 신부님처럼 저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가난한 곳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한국의 돈보스코’라 일컬어지는 고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광주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해 성직자의 길을 걸었다. 2001년 6월 서울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11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로 떠나 그곳에서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고 원주민을 위해 활동했다. 10여년 동안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던 중 대장암을 발견, 투병하다가 2010년 48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고 이태석 신부가 창단한 남수단 톤즈 살레시오공동체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가 20일 오후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수도원을 방문해 연주를 하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