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신부님들의 항의···”톤즈 아이들 울린 한국 방문”
살레시오회 “고 이태석 신부 상업적 이용 말아야” 항의 공지문 발표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2.10.21 13:23|조회 : 22874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 장동현 미카엘 신부는 20일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한국 방문을 환영하며 고 이태석 신부의 뜻과 고인 관련 활동에 대한 살레시오회의 입장을 밝혔다. ⓒ이기범 기자 leekb@
고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함께 했던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 소속 신부들이 남수단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청소년들의 한국 방문과 관련, ‘참담한 심정의 항의문’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는 고 이태석 신부가 만든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청소년이 방한한 1주일의 맨 마지막 일정으로 이태석 신부의 삶의 뿌리였던 살레시오회를 찾아온데 대해 참담함을 표명했다. 살레시오회는 이날 발표한 공지문에서 “브라스밴드의 이번 한국 방문이 진정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 묻고싶다”며 “톤즈의 젊은이들을 위한 것인지, 초청한 단체나 사람들의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었는지 진심으로 성찰해 달라”고 촉구했다. 살레시오회는 “톤즈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살레시오회에서 묵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단체가 거부했다는 사실과 이태석 신부의 형제이자 동료인 한국 살레시오회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이번 방문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이 이태석 신부의 삶과 정신을 알리겠다고 나선 한국수출입은행과 고인의 가족이 참여하는 재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살레시오회는 또 “톤즈의 청소년들이 한국 도착 이후 언제 어디를 가는지에 대한 협의나 설명도 없이 연일 이리저리로 끌려 다니는 일정을 보냈다”고 항의했다. 톤즈 아이들은 각종 방송 출연에다 박물관, 놀이동산, 아쿠아리움 등에 이끌려 다니는 동안 일거수 일투족이 카메라에 실리는 등 시달리자 인솔자가 “더 이상 일정에 따르지 않겠다”며 하루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일조차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태석 신부와 함께 1년간 톤즈에서 봉사를 한 신경숙 순천향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브라스밴드 청소년들이 방한 중에 끊임없이 언제 신부님을 만나러 가는지 인솔자 신부에게 물었다고 한다”며 “진정으로 톤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톤즈 아이들은 지난 13일 새벽에 한국에 도착했으나 정작 이 신부가 머물렀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살레시오회를 방문한 것은 한국을 떠나는 날인 지난 20일 오후였다. 살레시오회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우리를 낮춰야 한다는 수도회의 전통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 나머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장동현 살레시오회 신부는 “이태석 신부는 물질보다는 마음을 나누려 했던 분”이라며 “물질이 마음을 앞서는 것은 어떤 것이라 해도 단호히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 신부가 비정부기구(NGO)형태의 접근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살레시오회의 한 후원자는 “이 신부의 활동이 신드롬처럼 드러나자 이를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단체나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톤즈를 먼저 알고 이해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이 신부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시오회는 “톤즈 공동체 사업이 상업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이른바 ‘좋은 일을 한다’는 명분아래 고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지는 모금행위도 중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교수는 “톤즈는 분명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곳이지만 선심성이나 과시에서 비롯된 지원은 진정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현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움을 주면 오히려 현지인들은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살레시오회는 “현지 공동체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사랑으로 톤즈를 지원하려는 그 어떤 단체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