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페르가(Superga) 언덕과 돈보스코

수페르가(Superga) 언덕과 돈보스코 ‘수페르가(Superga)’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태리산 운동화’ 브랜드지요. 그런데 사실 ‘수페르가’는 엄청난 비극이 벌어진 참사현장의 명칭입니다.
한국에는 ‘K 리그’, 영국에는 ‘프리미어 리그’가 있듯이 축구 명가 이탈리아에도 1부 프로리그가 있는데, 이를 ‘세리아(Seria) A’라고 합니다. 1942년부터 1949년까지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5연패를 달성한 최강팀이 있었는데, 바로 FC 토리노였습니다. 얼마나 강팀이었는가 하면 7년 동안 토리노 홈에서 열린 93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대기록을 갖고 있었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AS 로마 같은 팀은 게임이 안 되 토리노와 붙으면 7대 0, 10대 0으로 지곤 했습니다. 당시 토리노의 질주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토리노를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만든 것은 유벤투스도 인터밀란도 아닌 조그만 비행기 한 대였습니다. 1945년 5월 4일 오후 5시 5분 토리노 근교 수페르가(Superga) 언덕 위에 위치한 대성당 벽에 작은 비행기 한 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탑승객 31명은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비행기 안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벤피카와의 친선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던 토리노 선수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토리노는 주전 선수 18명 전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이 사건은 ‘수페르가의 비극’으로 불리며, 아직도 수페르가 언덕 한쪽에는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비가 남아있습니다.
왜 갑자기 수페르가의 비극을 소개해드리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수페르가는 돈보스코와 관련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돈보스코께서 최초로 설립한 오라토리오는 토리노 시 발도코에 자리 잡았습니다. 아름다운 수페르가 언덕과 대성당은 발도코 오라토리오 운동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돈보스코는 오라토리오 아이들과 가끔씩 수페르가까지 걸어서 소풍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돈보스코의 인도아래 질서정연하게, 그리고 환한 얼굴로, 때로 브라스밴드를 연주하면서 수페르가로 걸어가는 모습은 꽤나 당시 주민들에게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아이들이 지나갈 때면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구경도 하고 칭찬과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번은 돈보스코께서 오라토리오 아이들에게 성모님과 성체성사에 대한 사랑을 강조할 때 였는데, 바로 그 수페르가 언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성모님과 성체성사에 대한 사랑을 얻게만 된다면 여기 발도코에서 저기 보이는 수페르가 언덕까지 내 혀로 핥고 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성인(聖人)이 된다면야 내 혀가 다 닳아 없어진다 할지라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사실 발도코에서 수페르가 언덕까지는 같은 토리노 시내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먼 거리입니다. 그런 거리를 혓바닥으로 끌고 갈수도 있다는 돈보스코의 확신에 찬 말에 아이들이 받았을 감동이 얼마나 컸겠는가, 생각해봅니다.
자신들의 성화(聖化)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 모두를 다 바치겠다는 돈보스코의 마음에 아이들은 앞 다투어 돈보스코가 제시한 기쁨에 찬 성덕의 언덕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성화와 구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는 표현을 통해서 우리는 돈보스코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돈보스코의 사랑은 그가 아이들을 위해 제공한 빵과 책, 그리고 학교, 일터 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보스코가 아이들의 의식주 문제보다도 훨씬 더 비중 있게 고려한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초월적이고 영적인 선(善)이었습니다. 초월적인 것에 대해, 영적인 부분에 대해, 신앙에 대해,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레시오 교육에서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신앙이요, 종교요, 하느님입니다. 우리 예방교육 시스템 안에서 종교가 빠져버린다면 시쳇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살레시오 교육 현장에서 하느님을 말하지 않는다면 교육이념의 1/3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