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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록 대죄를 지었어도…

6월 16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아합왕과 그의 아내 이제벨이 합세해서 간계를 꾸며 아무 죄도 없는 나봇을 죽이고, 그의 포도밭을 차지하는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에 어떻게 한 나라의 왕이며 왕비란 자들이 그토록 비겁하고 옹졸하며 사악할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 인간말종의 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은 정의롭고 공평하신 분, 악의 세력이 더 확장하고 활개를 치도록 마냥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를 통해 대죄인들에게 마치 철퇴처럼 강력한 펀치를 날리십니다.

”주님이 말한다.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던 바로 그 자리에서 개들이 네 피도 핥을 것이오…아합에게 딸린 사람으로서 성안에서 죽은 자는 개들이 먹어 치우고, 들에서 죽은 자는 하늘의 새가 쪼아 먹을 것이다.“

엘리야 예언자의 강력한 경고에 아합은 다행히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고개를 숙입니다. 자신의 옷을 갈기갈기 찢고 맨몸에 자루 옷을 걸치고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자루 옷을 입은 채 자리에 누웠고, 풀이 죽은 채 돌아다녔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참 묘한 분이십니다. 그토록 사악하고 악랄한 아합이었지만, 갑작스레 한풀 꺾인 그의 모습에 강한 연민과 측은지심을 느낍니다. 그의 뉘우치는 모습에 당신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너는 아합이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춘 것을 보았느냐? 그가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었으니,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

매일 밥 먹듯이 죄를 짓고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참으로 큰 위로와 힘을 주는 하느님의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큰 죄를 짓는다 할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잘못을 뉘우치고 가슴을 치는 우리를 보시고, 진노하시고 벌하시려는 당신 마음을 바꾸십니다.

인류 역사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부족하고 부실한 왕이었지만, 그래서 부인 이제벨의 꼬임에 넘어가 인간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행동으로 하느님의 진노를 산 아합왕이었지만, 그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의 무게가 엄청납니다.

그는 비록 대죄를 지었지만, 예언자 엘리야의 경고에 즉시 행동을 바꾸었습니다. 하느님의 진노 앞에 크게 가슴을 치며 자신을 바짝 낮추었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진노는 그의 후대에게로 미뤄졌습니다.

우리의 악행으로 인해 크게 진노하시면서도, 가련하고 나약한 우리를 향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너그러운 마음 앞에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