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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없어지지만, 그로 인해 이웃을 빛나게 하는 사람!

6월 9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가만히 저를 돌아보니 제가 좀 싱거운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말에 진실성이 없고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실없는 말, 애매한 말을 남발해서 주변 사람들을 햇갈리게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주 다짐을 합니다. 이제는 나이에 걸맞게 좀 진중해지자고. 비록 우리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음식 속으로 완전히 녹아 들어가 음식을 맛갈지게 만드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되자고.

맛에는 참 여러 가지 맛이 있습니다. 매운맛, 신맛, 단맛, 쓴맛…다양한 맛이 우리 미각을 즐겁게 합니다. 그런데 모든 맛의 배경이 되며, 다양한 맛을 조화시키고 어우르는 재료는 아무래도 소금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소금이 때로 보관이 잘못되거나, 지나치게 오래 방치해 놓으면, 소금 고유의 짠맛이 사라지게 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짠맛이 사라진 소금, 그거 어디에 쓰겠습니까?

눈이 내린 후 얼어붙은 빙판길에 뿌리면 도움이 되려나요? 예수님 말씀처럼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쓸모없는 존재, 백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공공단체, 도무지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는 모임, 세상과 담을 쌓고, 세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며, 자기들끼리만 희희낙락하는 공동체…바로 예수님께서 강력히 경고하시는 짠맛을 잃어버린 소금의 모습입니다.

별것 아니지만, 몇 가지 간단한 요리를 하면서 새삼 소금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물 조절을 실패한 나머지 물에 퉁퉁 불어터진 밋밋하고 심심한 라면 먹는 것은 고문입니다. 간 조절이 안된 매운탕, 소금 없이 먹는 삶은 계란…참 고역입니다. 어떻게든 소금같은 존재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대단한 것 같고 요란스럽지만 실속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로는 뭐든 다 합니다만, 결실이 없습니다. 이웃들에게 주는 것이라곤 씁쓸함이요 쓴 맛입니다. 요란한 괭가리에 불과한 삶입니다.

그러나 소금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소금의 가치나 위력은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야, 자신이 완전히 녹야 내려야 제대로 발휘됩니다. 비록 드러나지 않지만 공동체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 ‘나’는 없어지지만, 그로 인해 이웃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실제로 이 세상에 충만히 현존하고 계신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입니다.

조용히, 묵묵히, 뒷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그렇게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며 세상의 빛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