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순교자들!
2월 6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성체조배 중에 너무나 갑작스러운 비보를 전해 듣고는 설마? 거짓말이겠지? 했습니다. 아직 떠날 나이가 아닌데,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훌훌 털고, 작업복 차림에 커다란 장화를 신고 일터로 복귀할 줄 알았습니다.
살레시오회 황복만 필립보 네리 수사님이 급작스러운 뇌출혈로 인해 향년 68세의 나이로 오늘 저녁 갑자기 선종했습니다. 대체 어디 있는지 감도 제대로 안 오는 솔로몬제도 안에서도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한 농업학교에서 아이들을 동반하던 그였습니다.
불과 일 년 전 본국 휴가 때, 이제 충분히 고생했고 연세도 있는데, 선교지로 가지 말고, 여기 태안에서 재미있게 지내자는 말에, 살레시안으로서 죽는 날까지 아이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며 기어이 짐을 쌌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다들 꿈에도 몰랐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형제들은 할 말을 잃습니다. 그리도 순식간에 떠나다니, 좀 더 자주 연락도 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저희 공동체 여기저기 아직도 그가 남긴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항상 신고 다니던 페인트 자국 가득한 장화며, 묵직한 예초기며, 교체하고 남은 LED 등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수사님께서 나이를 생각해서 떠나지 않고 한국에 남았더라면, 뇌출혈 왔더라도 초스피드로 병원 이송하고 최첨단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충분히 살아났을 것을. 안타까움이 한 가득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가난한 아이들 사이에서 제2의 돈보스코로 헌신하다가, 순식간에 또 다른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홀연히 떠나신 수사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절차가 복잡해 언제 장례 미사가 봉헌될지 기약을 못하지만, 그의 장례 미사 감사송 때는 또 다시 이 기도문이 선포될 것입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이제 지상에서의 고단했던 여정을 모두 마무리 짓고 편안한 얼굴로 자비하신 주님의 품안에 안겨 있을 수사님을 생각하니, 그 죽음이 수도자로서 참으로 멋진 마무리라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일본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성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들의 기념일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세례자 요한의 순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질고 혹독한 박해를 끝까지 견뎌내고, 너무나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죽음을 맞이하신 순교자들의 죽음을 이해하기란 때로 어렵습니다. 죽음의 칼날 앞에서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당당했던 순교자들의 놀라운 죽음, 그 배경에 대체 무엇이 있었을까요?
아마도 답은 너무도 간단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매일 매 순간 강렬한 하느님 현존 체험 속에 있었기 때문에. 임마누엘 주님께서 항상 나와 함께 계실 것이라는 강력한 주님 현존 의식이 그 비결일 것입니다.
오늘도 풍요와 번영의 세상을 뒤로하고 가장 외지고 위험한 곳으로 파견되어, 기회가 좋던 나쁘던 항상 기쁘게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는 선교사들, 그들은 분명 이 시대 순교자들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