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성 서적 한 권이 주는 축복과 은총!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남북통일 기원 미사]
여름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3박 4일, 혹은 일주일 휴가를 가서 마냥 유흥만 즐긴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한 휴가가 아닐 것입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거나, 전망 좋은 카페 창가에 앉아 좋은 영성 서적 한 권 읽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휴가 겸 피정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때로 좋은 책 한 권이 우리 삶의 근본을 흔들기도 하고, 삶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 휴가 때 읽어보시면 좋을 영성 서적 한 권을 소개합니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파블로 도밍게스 프리에토 신부님(1966-2009)의 ‘주님의 기도로 피정하기’(성바오로, 구입 문의: www.paolo.kr)입니다. 광주대교구 강기남 요셉 신부님께서 아주 정성껏, 정교하게 번역을 잘 해주셔서, 읽기가 편합니다.
불과 마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파블로 신부님은 자신의 단명을 예견이라도 하신 듯이 하루를 일 년처럼 그렇게 바쁘게 사셨습니다. 신학교 교수 겸 학장으로 후학들을 양성했고, 꾸준히 논문을 쓰셨으며, 틈틈이 사제나 수도자들의 연례 피정을 동반하셨습니다.
과로를 거듭하던 파블로 신부님의 모습이 걱정스러웠던 동료 사제가 삶의 속도를 좀 늦추고 건강을 좀 돌보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파블로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시간은 하느님의 선물이잖아요? 우리는 그 선물로 열매 맺는 삶을 살아야 하고요. 주님께서 정해주신 저의 마지막 시간이 오면, 그때부터는 저도 평안한 안식을 영원히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파블로 신부님께서 어찌 그리 정확하게 제 심정을 잘 대변해 주셨는지…저도 신부님처럼 꽤 바쁘게 지내는 편인데, 이유는 파블로 신부님과 똑같습니다.
목숨 다하면 한 줌 흙으로 변할 것이고, 썩어질 육신인데, 뭐 그리 아까워할 것이 있겠습니까? 주님께서 허락하신 하루하루, 어떻게 하면 그분께 영광과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겠는가? 고민하며, 뭐라도 주님과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자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주님의 기도로 피정하기’는 등산애호가셨던 파블로 신부님께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25일 전, 콜롬비아 교구 사제들의 연례 피정 때 하셨던 강의록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강의실에 앉아서 파블로 신부님의 강의를 듣는 그런 생생한 느낌입니다.
파블로 신부님께서는 우리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 보물이며, 우리 신앙생활의 좋은 길잡이인지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후다닥, 순식간에 바치고 마는 주님의 기도를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 끊어서 기도하고 묵상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기도 중의 기도요,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유일한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의 내적 생명을 위한 참된 학교와 같은 기도입니다”
“사람이 드릴 수 있는 어떤 기도도 주님의 기도 안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더불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친히 가르쳐 주신 기도, 즉 주님의 기도보다 더 효과적으로 드릴 수 있는 기도는 없습니다.”(아우구스티누스 교부)
오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복음의 주제는 용서입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 21-22)
이 부분에 대해서 파블로 신부님은 이렇게 권고하십니다. “원수를 용서하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가장 닮게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깊이 일치되어 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원수를 용서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원수를 용서하는 행위는 가장 순수한 무상성이 드러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