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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화로운 세상 건설을 위한 순교자로서 삶의 주인공,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10월 22일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평화의 사도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1920-2005, 재위 1978-2005)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분은 발길 닿는 곳 마다 목소리를 높여,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평화! 평화!”를 외쳤습니다. 전쟁은 가장 무거운 죄임을 천명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들을 직접 찾아가 화해와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자행된 전쟁에 대해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평생토록 ‘전쟁과의 전쟁’을 주도하셨던 그분의 평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요약해보니 오늘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이 새길 내용이더군요.

“나는 전쟁과 폭력을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선언합니다. 폭력은 악입니다. 폭력은 결코 건설의 도구가 아닙니다. 폭력만이 문제의 해결의 열쇠라는 외침을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폭력은 인간의 품위에 맞지 않음을 선언합니다. 폭력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외칩니다. 무릎을 꿇고 호소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애원합니다. 길을 바꾸십시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외칩니다. 폭력의 샛길을 멀리 하십시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당부 드립니다. 평화의 길로 돌아오십시오! 자비로우신 주님께 청합니다. 극단의 야만에까지 떨어진 우리 인류를 불쌍히 여기소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한국 교회의 인연은 각별합니다. 그분은 순교자들의 땅이자 분단국가, ‘전쟁 발생 고위험군’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을 각별히 마음에 두셨습니다. 당신도 어린 시절 나치 독일과 소련 치하에서 큰 고통을 겪으셨기에 분단된 한국의 아픔을 당신의 고통처럼 느끼셨던 것입니다.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셨던지 교황 재위 시절 두 차례나 방한하셨습니다. 1984년 여의도광장에서 거행된 103위 순교자 시성식은 로마 밖에서 실시된 최초의 시성식이었습니다. 1989년에는 세계성체 대회 참석차 방한하셨는데, 당시 주제는 한반도 평화를 염두에 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였습니다. 분단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민족을 향한 연민으로 가득한 메시지를 잊을 수 없습니다.

“아직도 평화와 정의 속에 하나 되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의 비극적 분단을 가슴아파합니다. 분단된 대한민국의 고난은 분열된 이 세계의 상징입니다.”

2011년 5월 1일 바티칸 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시복 미사를 주례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강론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어떤 분이신지 감동 깊게 묘사하셨습니다.

“저의 전임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1982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저를 로마에 부르셨습니다. 저는 23년 동안 그분 바로 옆에서, 매일 그분을 뵈면서, 그분의 인격을 더욱 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기도하는 모습은 언제나 저를 감동시켰고 든든히 세워주셨습니다. 그분은 복잡다단한 직무 가운데서도 하느님과의 만남 속으로 빨려들어 가셨습니다. 그리고 고통 속의 증거를 보이셨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나하나 그분의 모든 것을 벗기셨지만, 그분은 언제나 그리스도께서 원하셨던 것처럼, 바위로 남아 계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26년 5개월이란 긴 교황 재위 기간 동안 총 104회, 129개국을 방문하셔서 역사상 가장 여행을 많이 하신 세계 지도자로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지구를 서른 바퀴 도는 것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리입니다.

그분께서 그토록 기록적인 순례를 거듭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갈라진 이 세상에 보다 많은 다리를 놓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다리는 다름 아닌 평화의 다리, 반전(反戰)의 다리, 사랑의 다리, 화해의 다리였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겹겹이 둘러쳐져 있던 나라와 나라, 인종과 인종, 부자와 빈자 사리의 수많은 벽을 허물기 위해 평생토록 동분서주하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세상의 평화와 정의의 실천, 가난한 이웃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라 할지라도 상관하지 않으셨습니다. 여행 위험 지역이라며 측근들이 만류할 때조차도 사랑의 행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한 평생은 평화로운 세상 건설을 위한 중단 없는 긴 순교자의 삶이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