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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늘 새롭게 태어나셔야 합니다!

4월 8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원래 3월 25일에 경축하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 올해는 훨씬 뒤로 밀렸습니다. 이유는 올해 이 대축일이 성주간과 겹칠 경우 부활 제2주일 다음 월요일로 옮겨 지낸다는 로마 미사 경본 지침에 따른 것입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맞아 중세 신비가 마이스터 엑가르트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마리아에게서처럼 우리 각자 안에서도 아기 예수의 잉태와 탄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예수를 낳지 못한다면 마리아가 그때 거기에서 예수를 낳았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늘 새롭게 태어나셔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여기 이 자리에서 매일 아기 예수의 탄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리는 버리고 떠나있기 연습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도 빈 그릇으로 존재할 때 그 빈 그릇에 겸손하신 아기 예수님께서 잉태되실 것이고 탄생하실 것입니다.

자신의 영혼 속에서 ‘하느님의 탄생’을 이루어 낼 때, 비로소 한 인간은 하느님과 하나가 됩니다. 이런 큰 기쁨과 영광을 원한다면 반드시 먼저 우리 마음의 밭갈이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탄생하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잉태하는 일은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에 도전하는 어려운 일이 분명합니다. 그 옛날 나자렛의 마리아가 그랬듯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다가오는 천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순종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내 안에 잉태한다는 것은 마리아가 그랬듯이 안락한 삶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리스도를 내 안에 잉태한다는 것은 마리아가 그랬듯이 본능과 이기심, 자기중심적 삶을 철저하게도 배제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리스도를 내 안에 잉태한다는 것은 안개 자욱한 낯선 길을 떠나겠다는 결심입니다. 그리스도를 내 안에 잉태한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과 멸시를 꿋꿋이 견뎌내겠다는 각오입니다.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잉태하고 낳아 기르겠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과제이자 세례를 통해 받은 책무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