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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고 우리를 동반하실 주님

4월 2일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세상 부끄러운 초대형 참사들을 유독 많이 겪은 우리 백성들입니다. 어쩔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수 있었던 인재라서 더욱 안타깝고 서글픕니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할지라도 희생자 유가족들의 참담한 슬픔은 결코 가시지 않습니다.

유가족들 가운데서 가장 혹독한 고통을 겪고있는 분들이 있으니,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이 처참하게 훼손되거나 아예 찾지도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분들의 간절한 바람은 오직 한가지 시신이라도 돌아왔으면! 입니다. 그러면 흔들고 대성통곡이라도 할텐데, 붙들고 울부짖기라도 할텐데…

그만큼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시신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추모하고 애도할수 있는 공간이 그리도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간 마리아 막달레나는 기절초풍할 일을 겪었습니다. 스승님의 시신이 사라진 것입니다. 누군가가 탈취해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내려앉은 마리아 막달레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오게 해주신 주님이었습니다. 죽은 목숨이나 다를바없던 그녀에게 유일하게 손내밀어주셨던 분,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분의 시신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은혜롭게도 세상 다 끝난 심정이던 마리아 막달레나 눈앞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이윽고 하시는 말씀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너무나 놀랍고도 당혹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 뛸듯이 기뻤고 감사했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라뿌니!” 하고 외치면서 예수님 발앞에 무릎을 꿇고 그분의 두 발을 꼭 붙들었습니다. 더 이상 주님을 놓치지 않겠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던지신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이에 현존하시고 우리를 동반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다른 현존 방식으로 우리 각자의 내면 깊숙히, 우리 영혼의 성 안로 들어오시겠다는 표현입니다. 때로 미풍같은, 때로 태풍같은 성령의 현존으로, 때로 우리를 영생과 구원으로 인도하는 성체성혈의 형상 안에 영원히 살아계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