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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없이 행동하고, 말없이 사랑합시다!

3월 19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사순 특강을 갔다가 정말이지 몇십 년 만에 신학교 동창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특강 시간에는 성당에 안 보이더니, 사제관에서 따로 들었더군요. 저를 보고 하는 말, 어떻게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 있냐고.

하루 온 종일 말 한마디 없던 사람이었는데, 아무리 말을 붙여도 뒤로 빼면서 실실 웃기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어떻게 이렇게 날나리가 되었냐며 놀라워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정말이지 그랬습니다. 제가 봐도 놀랄 정도입니다. 사실 저는 젊은 시절 요셉 성인 못지않게 과묵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듣기만 하고,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고, 해야할 일만 딱 하고…

몇십 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말을 하며 살았으니, 이제 다시 과묵했던 시절로 돌아가야 할 순간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살다 보면 진국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말없이 사랑하는 사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 힘들 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 침묵 속에 기도하는 사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든든하고 힘이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요셉 성인이 그런 분이셨습니다. 복음 사가들은 그에 대해 철저하게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구세주의 양부이자, 마리아의 동반자로서, 오랜 세월 구세사의 주역들을 동반하셨던 그의 역할은 참으로 막중한 것이었습니다.

요셉 성인의 특별하고 굴곡진 삶을 글로 쓰자면, 아마도 소설 몇 권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는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 침묵하고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요셉 성인은 하느님으로부터 아주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았으며, 그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일생을 봉헌했습니다. 그 사명은 예수님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마리아의 순결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오 11세 교황님께서는 요셉 성인의 사명이 세례자 요한의 사명이나 베드로 사도의 사명에 버금가는 막중한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성 요셉의 사명은 조용히 생각하는 사명이요, 침묵하는 사명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구속 사업의 비밀이 세상 사람들에게 미리 노출되지 않도록 끝까지 침묵을 지켰습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성 요셉의 사명은 곧 오늘날 우리 교회의 사명임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과 함께 계실 때의 성 요셉의 사명은 보호와 방위의 사명, 수호와 원조의 사명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도 적으로부터 방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사명은 곧 우리의 사명입니다. 우리 역시 이 혼탁한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지키고,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주위에 성장시킬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셉 성인에 대한 신심이 각별하셨던 요한 23세 교황님께서는 그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성 요셉! 저는 이 성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는 가장 먼저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을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성모님 전문가 쇼사르 박사는 요셉 성인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성 요셉은 우리와 조금도 다름없는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두 발을 땅에 딛고 있었으며, 결코 지상 낙원의 꿈을 쫓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는 영원한 청년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가장들의 모범입니다. 그는 참으로 여성스런 동정녀 마리아와 떳떳하고 올바르게 교제할 수 있었던, 참으로 이상적이고 멋진 남자였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세상, 성 요셉처럼 침묵의 사명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성 요셉처럼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만사를 바라봐야겠습니다. 성 요셉처럼 말없이 행동하고, 말없이 사랑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