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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괜찮다 다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3월 18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들려온 한 가련한 여인,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순간에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반응은 참으로 특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고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과연 뭘 쓰셨을까요?

많은 성경학자들과 교부들이 여기에 대해서 연구하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리셨습니다. 대체로 둘러서 있는 사람들의 이름, 악한 고발자들의 죄목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귀신도 모른다는 것, 하느님 아버지도 모른다는 것, 오직 예수님만 아신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태도입니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적대자들에게 맞서지 않으십니다. 방어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냥 가만히 계십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바닥에 뭔가를 쓰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선택하신 방법은 김 빼기 작전이었습니다. 뭔가 대판 싸워야 되는데, 자신들이 짠 작전이 팍팍 진척될 것인데, 예수님은 완전히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시며 완전히 그들을 무시해버립니다.

갑자기 김이 빠질 데로 다 빠져버린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그 순간 엄청 공허함을 느끼게 되었고,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능력이 참으로 뛰어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맥 빠지고 허탈해진 적대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 결정타 한방을 더 날리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 말씀 끝에 사람들은 하나하나 떠나가고, 결국 텅 빈 성전 마당에는 예수님과 그 여자 단둘만 남았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그 순간에 대해서 아주 아름다운 주석 하나를 남기셨습니다.

“모두가 다 빠져나가고 오직 둘만 남았다. 우리를 대표하는‘비참한 여인’과 ‘하느님의 자비’ 둘만 남았다.”

하느님의 우리 인간을 향한 이 어처구니없는 사랑, 상상을 초월하는 사랑, 기막힌 사랑으로 인해 그 여인은 지금 눈보다 더 깨끗하게 변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여자의 상태를 가리켜 교회 전승은 ‘순결한 창녀’라고 했습니다. 순결한 창녀, 이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우리 교회의 모습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를 향해, 또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계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겠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님께서 땅바닥에 무언인가 쓰셨다고 복음사가는 전하고 있는데 사실 땅바닥은 여인의 가슴이었습니다. 그 땅바닥은 죄와 타락과 방황으로 얼룩진 여인의 마음이자 우리 각자의 마음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땅바닥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 마음 하나하나에 당신 손가락이 아프도록 꾹꾹 눌러 또 다른 한 말씀을 새겨주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들아, 너희들이 아무리 죄가 많다 할지라도, 너희들이 아무리 부족해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