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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의 운명은 곧 우리들의 운명입니다!

3월 17일 [사순 제5주일]

 

유다인들의 대축제이자 큰 명절이었던 과월절이 되자 예수님께서는 3년여 에 걸친 공적 활동을 마무리 지으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수난-죽음-영광의 때’가 이르렀음을 아신 예수님의 머릿속은 백 가지 생각이 교차되며, 무척이나 산란했을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당신만을 위해 기획되고 준비된, 끔찍하고 처절한 수난과 죽음의 독무대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괴로웠을까요?

그러나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세상과 인류의 구원이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단 한 발자국도 회피하거나 물러설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또한 잘 알고 있으셨으니, 얼마나 마음이 심란했을까요?

뿐만아니라 아직도 갈 길이 먼 제자단과 당신의 사랑하는 양떼를 남겨두고 떠나셔야 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걱정이 앞섰을까요? 참으로 두렵고 찹찹한 마음을 달랠 길 없었겠지만, 예수님께서는 애써 부정적인 감정들을 떨치십니다. 호의적이지 않은 모든 상황들을 모두 아버지께 맡겨드리며, 일반 군중들을 위한 마지막 강연을 펼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이제 지상에서의 과제를 120펴센트 완수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앞에 남아 있는 마지막 관문인 수난과 죽음의 길을 떠나시면서, 우리에게 남기시는 말씀의 핵심 키워드는 ‘밀알 하나’였습니다.

내어놓음이나 희생, 변화나 쇄신, 결국 죽음을 거부하는 밀알은 언제까지나 그저 한 알 밀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기꺼이 자아를 포기하고 길을 떠날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성장과 변화, 열매와 발전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이비 교주들이나 이단자들이 크게 강조하는 바가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고통을 건너뛰는 행복입니다. 희생이나 헌신없는 성공입니다. 말도 안되는 기적의 연출입니다. 십자가 길 대신 꽃길 보장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영광의 길에 참여하기 위해 수난과 죽음은 필수라고 강조하십니다. 두렵고 떨렸지만,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용감하게 수용하십니다. 내적인 갈등이 커질 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께 의탁하며, 언젠가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드러날 아버지의 영광을 꿈꾸며, 얼마 남아있지 않은 당신의 여정을 힘차게 걸어가십니다.

제자인 우리들 역시, 스승 예수님이 걸어가신 그 길을 열심히 따라 걸어가야겠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한 배에 승선한 운명 공동체였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운명은 곧 우리들의 운명입니다. 우리도 두려움을 떨치고 그분께서 선택하신 수난과 죽음의 길, 그러나 영광의 길을 기꺼이 선택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