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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위선적인 마음, 겸손을 가장한 교만을 배척합시다!

2월 27일 [사순 제2주간 화요일]

 

높은 자리에 앉아 지도자 행세를 하지만, 구체적인 삶이나 인성이 조금도 뒷받침되지 않았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책이 꽤 엄중합니다.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 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예수님의 강한 경고 말씀에 저 역시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도, 요즘 저는 조금 나이가 들면서, 이런 측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시골에 살다 보니 주로 입고 다니는 옷은 명품 메이커와는 거리가 먼 태안 재래 시장표 만원짜리 작업복이나 추리닝입니다. 시골이다보니 어깨 힘줄 일도 없고 폼 잡을 일도 없습니다.

요즘 와서 결심한 것이 제일 힘든 일, 제일 궂은 일, 제일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은 내 일이다, 생각하고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고 제 스스로 뭐든 하니 세상 편하고 자유롭습니다.

자리에 앉을 때도, 피정 오시는 손님들을 가장 뷰가 좋은 자리로 안내하고, 저는 제일 구석 자리로 가서 앉습니다. 가급적 앉아 있지 않고 하루종일 서서 돌아다닙니다. 식탁 세팅하고 주방에서 조리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 앉으니 정말 편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오늘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는 바처럼 내가 이렇게 산다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위선적인 마음, 겸손을 가장한 교만이 스며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주교품에 막 오르셨을 때, 당신의 가족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교황님께서 저를 교황청의 고위 성직에 임명하셨습니다. 그것은 저에게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매우 영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교만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저는 사제 때와는 달리 저는 빨간 모자를 쓰고 빨간 수단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의복 색깔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교회에 인도된 영혼들의 아름다움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