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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는 우리 각자가 기적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2월 21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이 땅에 육화 강생하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공생활 기간 동안의 행적은 한마디로 앞당겨 체험한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당대 사람들은 잠시 동안이었지만 지상 천국을 맛보았으니, 정녕 복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당신 동포들을 위해 행하신 수많은 치유와 구마 행위, 이곳 저곳 다니면서 선포하신 위로와 구원의 말씀은 곧 언젠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입국하게 되었을 때 마주하게 될 일상었습니다.

그러나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여든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향해 또 다른 표징과 기적을 요구합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그들입니다. 보여줄 것 이미 다 보여주셨는데, 더 이상 뭘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유다인들의 도에 넘치는 완고함과 불신앙에 크게 실망하신 예수님께서는 한탄조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도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건네신 강력한 경고 말씀에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성찰할 부분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솔직히 우리도 유다인들처럼 더 강력한 기적, 더 화끈한 표징, 더 내 입맛에 맞는 맞춤형 기적과 표징을 끝도 없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일이 기적이요, 매일의 성체성사가 가장 큰 표징인데, 또 다른 강력한 한방을 원하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환하게 웃으면서 당당하게 맞서는 한 신앙인의 삶, 그 자체가 기적인데, 우리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절망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희망하는 한 인간 존재, 그 자체는 또 다른 기적이요, 표징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두려워하는 죽음 앞에서, 평생을 잘 준비했기에 담담히 받아들이며, 불멸과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우리의 이웃의 죽음은 기적 중의 기적입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 그리고 사도들의 적극적인 활동 기간을 끝으로 외적 기적의 시대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기적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각자가 존재 자체로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표징이 되어야 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