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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아무리 죄인이어도,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하느님은 나를 예뻐하십니다!

2월 17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오늘 우리가 봉독한 복음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명 한명을 얼마나 극진히 사랑하시는지를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 사가 표현은 이렇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저는 여기서 세관에 앉아 있는 레위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시선에 대해서 묵상을 좀 해봤습니다. 예수님의 시선 과연 어떤 시선이었을까요? 당시 유다인들의 세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 마디로 징그러운 벌레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었습니다. 그들은 레위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욕을 했습니다. “저런 매국노, 로마 앞잡이, 인간 말종, 처죽일놈”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레위는 분위기상 말단 세리가 아니라 일정 지역을 책임지는 중간 관리자급 간부 세리였습니다. 동족으로부터 수모를 당했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했습니다. 그러나 레위도 한 인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가 맨날 하는 일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동족들을 후려쳐서 세금을 뜯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맨날 동족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다보니, 삶의 피폐해지고 위축되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갈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속마음을 환히 꿰뚫어보시는 예수님께서 레위를 바라보시고 그의 갈등하는 마음을 읽으신 것입니다. 레위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시선을 다른 사람과는 백팔십도 달랐습니다. 그 시선은, 측은지심의 시선, 연민의 정으로 가득한 시선, 부드러운 시선, 안타까운 시선, 짠한 시선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시선을 레위에게 보내면서 그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시는 것입니다. 때로 대화는 말로만이 아니라 시선으로도 충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시선으로 레위에게 이런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애야, 그동안 세리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느냐? 내가 네 마음 다 알고 있다. 네가 지금까지 겪어온 수모와 비참을 다 보고 있다. 길을 걷다보면 발이 더러워지기 마련이란다. 지난 세월은 이제 뒤로 하고 나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자.”

세관에 앉아있던 레위는 평생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예수님의 그런 따뜻한 시선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을 것입니다. 갑자기 레위의 눈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걷잡을 수 없는 회심과 감사의 눈물이 쏟아져내렸을 것입니다.

이어서 건네시는 예수님의 말씀, “나를 따라라!” 레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어섭니다. 목숨과도 같은 장부도, 수금한 돈도 다 내팽개치고 예수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예수님의 그 따뜻한 시선, 연민의 정으로 가득한 시선이 철옹성 같았던 레위의 마음을 무너져 내리게 하고 녹아내리게 한 것입니다. 그 무너진 바로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들어가십니다

그날 저녁 레위의 집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레위가 예수님을 위해 준비한 잔치였습니다. 동시에 예수님의 제자가 된 레위가 동료 세리들과 작별하는 송별식도 겸했습니다.

수많은 세리들과 죄인들이 그 잔치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는 요즘으로 치면 조폭 두목 결혼식 피로연, 아니면 조폭 두목 어머니 칠순잔치 자리와 비슷했을 것입니다.

덩치가 산만한 조직원들, 죄란 죄는 다 짓고 사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총집합한 것입니다. 호시탐탐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꼬투리를 잡아 고발하려고 혈안이 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한건 올렸다며, 예수님께 따집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그때 예수님께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통쾌한 한 말씀을 건네십니다. 오늘 우리 죄인들에게 너무나 은혜로운 말씀이기도 합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여러분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이런 예수님의 모습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틈만 나면 욕을 바가지로 먹던 세리와 죄인들을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시선으로 오늘 우리들 한명 한명을 바라보십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분께서는 우리는 예뻐하시고 사랑하십니다.

이제 내 나이가 70이고, 80인데, 예뻐할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죄란 죄는 다 짓고 살아왔는데, 이런 나를 예수님께서 예뻐하실 리가 없어! 라고 절대 말하시면 안됩니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늙었다, 추하다, 하며 외면하지만, 하느님 눈에는 언제나 우리가 사랑스럽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아무리 죄인이어도,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하느님은 나를 예뻐하신다, 나를 사랑하신다, 나를 애지중지 하신다는 마음으로 올해 고백소 안으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