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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도 예수님처럼 큰 꿈을 꾸고, 큰 그림을 그립시다!

2월 13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

 

수도 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련자 시절 수련소 공동체는 한 주에 한 번 오후 소풍을 다녔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하루 소풍을 갔는데…늘 버스타고 다녔습니다. 다들 배낭에는 점심 식사를 위한 식자재며 버너며 식기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무등산이나 송광사, 선암사, 보성, 해남 등등을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다들 기다리던 점심 식사 시간, 짐들을 펼쳐놓는 순간, 수련자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쌀을 안 가져왔다든지, 양념에 잘 재어놓은 제육볶음을 안 갖고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련장님 눈치를 보며 이 일을 어떡하지? 야 네가 당번인데, 정신 똑바로 안차리냐? 하면서 서로 수군거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 제자단 가운데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장거리 전도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는데, 제자들 가운데 빵 당번이 깜빡하고 빵 챙기는 것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다들 배에 올라타고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순간에야 제자들은 아차 하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파악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참교육을 시키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꾸짖으신 이유는 깜박하고 빵을 챙겨오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의 불신앙과 완고함, 미성숙을 질타하시는 것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배불리게 하는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그 기적을 목격한 제자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스승님이 세상만사를 지배하시는 하느님의 외아들이시며, 능력과 지혜로 충만하신 메시아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자신들이 탄 배 위에 앉아 계시는데, 웃기게도 제자들은 오늘 하루 먹을 양식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와 세상 만물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큰 꿈을 꾸시고, 큰 그림을 그리시는데, 제자들은 발등의 불도 끄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의 상태와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잘 돌아볼 일입니다. 눈앞에 당면한 일에만 치중하고 혈안이 된 나머지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큰 계획은 안전에도 없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