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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님께서는 나와 단둘이, 일대일로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2월 9일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 땅의 서북쪽 해안 지역, 즉 티로와 시돈을 훑으신 다음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베이스캠프 격인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사목터로 돌아오자 마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치유를 청하십니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저도 청력이 조금씩 약화되어 가니, 청각장애인이 겪는 고통과 그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됩니다. 심하지는 않으니 그냥 마음 편히 가시고 살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를 순순히 받아들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청각 장애와 함께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언어장애입니다. 잘 안 들리다보니 말수도 줄어들고, 결국 말도 어눌하게 되고 더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안 들리고 말을 잘못하는 것, 어쩔수 없지, 다른 불치병보다는 괜찮지, 하지만, 당사 입장에서 겪는 고통은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소통이 안되니 거기서 느끼는 소외감과 막막함, 사회로부터의 단절감과 고립감은 그를 엄청난 외로움으로 몰고 갑니다.

이런 중복 장애인을 치유하시는 과정에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우선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르르 단체로가 아니라 주님과 나 단둘이 일대일로 만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만물의 창조주요 구세주이신 하느님께서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시고 나를 특별히 대우하시고 배려하신다는 것, 얼마나 은혜롭고 감사한 일인지요.

그 옛날 그 중복 장애인은 예수님과의 일대일 만남, 그것 하나만으로도 벌써 몸과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었습니다. 더 특별한 일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들, 굳이 접촉하지 않으셔도 말씀 한 마디로, 눈빛 한번으로 치유가 가능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혜롭게도 그토록 크신 하느님, 지고지순하신 하느님께서 하찮은 우리 인간과 직접 접촉하십니다. 당신의 존귀하신 손가락을 환자의 두 귀에 집어넣으십니다. 손에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에서는 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을 것입니다. 입에서는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터져나왔을 것입니다. 이윽고 예수님께서 권능으로 가득찬 한 마디 말씀으로 그를 자유롭게 해주십니다.

“에파타!”

오늘도 주님께서는 여기저기 막히고 단절되어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에게 힘주어 능력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열려라!”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