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전은 기도하기 좋은 분위기입니까?
11월 9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어학원 다니던 시절, 지나다니던 길에 라테라노 성당이 있어서 자주 들렀습니다. 바티칸보다는 덜 붐비고 한적한 탓에 조용히 기도가 참 좋았습니다.
로마 시내 수많은 성전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성전인 라테라노 대성전은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 지니는 가치와 의미가 상당합니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300년대 건립된 성당으로, 로마 공식 주교자 성당으로,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티칸 대성당의 규모도 엄청나지만, 라테라노 대성당의 위용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성전 안으로 들어가 앉아 있노라면,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 온 가톨릭교회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눈으로 보고 있는 이 휘황찬란하고 웅장한 대성전이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성전 역시 지상 성전으로서 언젠가 반드시 허물어져 내린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장사꾼들과 환전상으로 오염되고 타락한 유다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복음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노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정확히 묘사되고 있습니다.
행동 역시 과격하십니다. 채찍질을 하시며 양과 소, 환전꾼들과 장사꾼들을 성전으로부터 몰아내십니다.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십니다. 탁자들을 엎어버리십니다. 그리고 아주 강하게 외치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성전은 본질상 기도하는 집입니다. 따라서 신성한 곳이어야 합니다. 영적인 곳이어야 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기도의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지극히 세속적인 모습들, 세상에 닳아빠진 모습들이 지속적으로 정화될 수 있는 회개의 분위기가 꾸며져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성전은 어쩌면 우리 각자입니다. 우리 각자가 교회입니다.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서 다가오시는 그리스도의 몸이 머무시는 우리 각자가 대성전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