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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동족으로부터 발길을 돌리시는 예수님!

3월 13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나자렛 사람들은 참으로 큰 축복과 은총, 특권을 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땅에 오신 하느님, 그토록 간절히 고대하던 메시아 예수님과 동향(同鄕)이라는 것 얼마나 큰 영예였을까요?

예수님 입장에서도 나자렛 사람들, 참으로 고마운 존재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면서 갖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었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고향 사람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계셨기에, 그 어떤 사람들에 앞서 가장 먼저 복음을 전파하고 싶으셨습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 대상자가 나자렛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을 철저하게도 무시합니다.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불경한 사람으로 단죄하고 돌로 쳐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들고일어나 예수님을 즉결심판에 처하려고 합니다. 일정한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습니다. ‘죽입시다!’ ‘옳소!’ 하는 식의 인민재판식으로, 다수의 폭력으로 예수님 한 사람을 처단하려고 합니다.

나자렛 사람들은 참으로 큰 반역을 저질렀습니다. 인간으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천부당만부당한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산벼랑까지 끌고 가서 밀어뜨리려 합니다.

다행히 예수님은 구사일생으로 궁지에서 빠져나오셔서 자신의 갈 길을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자신을 끝까지 거부하고 단죄하는 나자렛을 영원히 떠나십니다. 해도 해도 안 되다 보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고향마을을 등지십니다.

이제 고향마을 사람들은 예수님 복음, 구원의 기쁜 소식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이방인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비록 동향은 아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인 이방인들이 복음의 수혜자가 됩니다.

세례받은 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수도 생활이나 사제생활의 연륜이 많다고 해서, 성당 가까이에 산다고 해서, 단체장을 맡는다고 해서 절대로 신앙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겸손하고 진지하게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하느님의 자취를 찾아 나가려는 매일의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동족으로부터 발길을 돌리시는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묵상하며, 우리 각자가 몸 담고 있는 신앙공동체의 영적인 상태는 어떠한지 진지하게 반성해보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