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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제들이여,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을 짊어지십시오!

9월 27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저는 젊은 사제 시절 주로 아동 보육시설에서 담당자로 일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넘쳐날 때였습니다. 여기저기 아동 입소 문의가 들어오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니다.

각 집에는 아이들로 넘쳐나고, 더 이상 안 되지, 하다가도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면 또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사정사정하면서 아이들을 입소시켰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빈첸시오 드 폴 신부님도 비슷한 일, 아니 몇백, 몇천 배 더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던 스산한 겨울밤, 가난한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 더미 위에는 수시로 갓난아기들이 버려졌습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던 신부님은 양심상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숱한 밤, 아이들을 챙기러 밤거리를 헤매 다니셨습니다. 아이들 보육을 담당하던 수녀님은 안 그래도 꽉 찼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시로 아이들을 데려오는 신부님이 못마땅해 구박을 드렸습니다.

“신부님, 아무런 대책도 없이 또 주워 오시면 어떡해요?”

심한 흉년과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던 17세기 초,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셨습니다. 정부 관계 부처를 수시로 찾아가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양심에 호소를 했습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굶어 죽어가고 있던 가난한 형제들을 살렸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해있던 농민들에게 농기구와 씨앗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집 지을 자재를 구해다 주었습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빈첸시오 신부님이 하셨던 수많은 일들을 열거해보면 마치 거짓말 같습니다. 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한 인간이 어떻게 이 많은 영혼을 구할 수 있었을까?

이토록 훌륭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이 하느님 앞에 늘 되풀이하셨던 기도는 바로 이런 기도였습니다.

“이 보잘 것 없는 몸을 주님 당신의 심부름꾼으로 써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한번은 빈첸시오 신부님이 노예선의 지도 신부로 사목하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발목과 팔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정신없이 노를 젓는 죄수들의 모습은 빈첸시오 신부님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죄수들의 생활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쇠사슬에 닿은 피부는 벗겨져 항상 피가 흘렀습니다. 그들의 어깨와 등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채찍 자국들이 굵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마에는 죄수임을 표시하는 쇠도장이 찍혀있었습니다.

자신도 직접 몸으로 노예 생활을 체험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이셨기에 그런 죄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잔인무도한 간수들을 타일러 매질을 못하게 했었고, 죄수들 앞에 무릎을 꿇어 그들의 상처를 일일이 치료해주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들의 내면에 자비의 목자 빈첸시오 신부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이 약한 사람들에게 가십시오. 그들과 함께 약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 안에서 그들의 연약함을 느끼십시오. 그들의 비참함을 서로 나누십시오.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을 짊어지십시오. 그러면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은 틀림없이 여러분을 짊어지고 하늘나라로 올라갈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