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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베드로에게 있어 예수님은 휴대전화 내장 번호 No.1 이었습니다!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오늘 복음 구절을 묵상할 때마다, 특히 ‘시몬의 장모’라는 표현을 접할 때마다, 저는 혼자서 속으로 낄낄대며 웃곤 합니다.

시몬의 장모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는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았을 당시 이미 기혼자였음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성모님을 어머니처럼 모신 요한 사도는 독신이었음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에게 장모님이 계셨다면 너무나도 당연히 장인 어르신도 계셨을 터이고 슬하에 아들딸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베드로 사도만 바라보고 살아가던 부인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한 가정의 대들보요, 가장인 베드로가 어느 날 홀연히 예수님을 따라나섰으니, 남아있던 가족들, 특히 장모님의 심정은 불을 보듯이 뻔했을 것입니다. 눈만 뜨면 사위 베드로를 원망하고 욕했을 것입니다. 수시로 미워하고 저주했을 것입니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지? 한 가정의 가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생떼 같은 아이들, 자기만 바라보는 부인을 뿌리치고, 그렇게 떠날 수 있지?”

갑작스레 난감하게 된 딸의 신세에 눈떠도 고통, 눈감아도 고통, 삶 전체가 고통 덩어리였던 장모님은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게 되고, 화병으로 인해 머리가 펄펄 끓을 지경이 된 것입니다. 계속되는 고열에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때 마침 예수님께서 시몬의 집을 찾아오셨습니다.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자리에 누워있던 장모님은 가정파괴의 주범인 예수님이 나타나자 미운 마음에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렸을 것입니다. 너무도 속상했던 나머지 인사고 예의도 없이, 제발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달라고 외쳤을 것입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예수님께서는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놀라운 기적을 행하십니다. 열을 꾸짖으니 열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펄펄 끓는 고열로 인해 정신도 혼미하고 반죽음 상태였던 장모님이 즉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체없이 주방으로 달려가 사위 베드로에게 하듯이 씨암탉을 잡고 상다리가 휠 정도로 맛있는 밥 한 상을 차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따지고보니 베드로 사도는 주님을 위해서 참으로 큰 포기를 하셨습니다. 그가 비록 흠결 많고 쉼 없이 흔들리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지만, 예수님의 신원이랄까 정체를 파악하는데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주님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난 예수님이 만왕의 왕이자, 만물의 창조주 주님이심도 파악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세상의 여러 대상들 가운데 그분에게 최우선권을 부여했습니다. 베드로에게 있어 예수님은 휴대전화 내장 번호 No.1 이었습니다.

이렇게 초지일관, 일편단심인 베드로였기에 예수님께서는 그를 제자 중의 으뜸 수제자로 임명하셨고, 천국 문의 열쇠까지 그에게 맡겼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