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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겸손이 생략된 신앙, 겸손이 사라진 기도, 겸손이 결여된 권력처럼 위험한 것은 다시 또 없습니다!

8월 28일 [연중 제22주일]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이 이웃사랑의 실천과 봉사를 위한 자리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이, 뭐라도 되는 양,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거들먹거리며,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대놓고 무시하며, 자기 잘난 맛에 푹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봐주기 힘든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자꾸만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올려놓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위태위태한 심정으로 바라봅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내려오기 힘들고, 떨어질 때 충격이 엄청날 텐데…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와 복음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 총애를 받으리라.”(집회서 3장 18절)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복음 14장 11절)

요즘 저는 이제야 좀 철이 드는지, 예수님의 삶과 그분의 메시지를 아주 쪼금 이해하며, 어떻게 하면 끝자리, 낮은 자리에 앉아볼까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랬더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넉넉해지는지 모릅니다. 가장 낮은 밑바닥에 있으니 가끔씩 넘어져도 상처나 충격이 훨씬 덜합니다. 낮은 자리가 주는 축복과 은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합니다.

겸손은 모든 덕행의 최고봉이자 기초입니다. 다른 덕들은 겸손의 덕이란 기초 위에 건설됩니다. 겸손이 생략된 신앙, 겸손이 사라진 기도, 겸손이 결여된 권력처럼 위험한 것은 다시 또 없습니다. 겸손은 천국 문을 열수 있는 열쇠입니다.

탁월한 인품을 갖춘 분으로서 학자로서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존경하는 교수님께 한 제자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답니다.

“스승님,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느끼신 가장 소중한 깨달음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그 겸손하고 훌륭한 스승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내가 큰 죄인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이런 큰 죄인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랑해주신다는 깨달음입니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외칩니다. “나야 나! 나 정도 되면 괜찮은 거 아니야? 나 말고 누가 있겠어? 그거 내가 다 했어!” 이렇게 겸손이 사라진 우리에게서 하느님께서도 떠나가십니다.

반대로 “이 세상에 내가 가장 큰 죄인입니다. 나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도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우리를 보시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우리를 통해 당신 사랑의 기적을 펼쳐나가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