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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대가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에 걸맞은 성(聖)스런 삶을 살아가십시오!

8월 13일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어린이들을 대하는 제자들의 태도를 통해 우리는 당시 이스라엘 사회와 문화의 당시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이스라엘은 철저하게도 가부장 제도에다 남성 성인 위주의 사회였습니다.

당시에는 일단 남자로 태어나야 하고, 또 한 가지 무사히 생명을 보전해서 성인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는 기적을 통해서도 이런 씁쓸한 당시 관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는 기적을 일으키셔서 배불리 먹인 사람에 대해서 요즘 같아서는 총 2만 명이라고 할텐데, 복음사가들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남자만 해도 5천 명!” 그러니 여인들이나 어린이들이 당했던 홀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철저하게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하셨습니다. 그분에게는 모든 인간 존재가 다 존귀했습니다. 특별히 나약한 인간 존재가 더욱 그러했습니다.

제자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우선적 선택을 아직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어린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오는 것을 막았습니다. 안 그래도 공생활로 바쁘신 스승님께서 별 볼 일 없는 어린이들로 인해 시간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 마땅치 않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오는 것을 제지한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신 예수님꼐서는 이렇게 이르셨습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오 복음 19장 14절)

예수님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극진한 존중과 배려가 눈에 띕니다. 그분께서는 시대를 앞질러 인권의 가치와 소중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당시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던 어린이들, 그들에게도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영적 차원에서 그들이 지닌 우월성을 눈여겨보십니다. 그들의 천진난만함, 영적인 순수함, 맑은 영혼의 가치를 인정하셨습니다.

돈 보스코 역시 인간 존재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데 있어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토리노 시 외곽 벽돌공장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는 청소년들, 그 시대 어른들 눈에는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받던 그들을 향해 결연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토리노 시 뒷골목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던 또 다른 청소년들, 당시 기성세대의 시선으로는 기대할 것이 없던 그들을 향해 돈 보스코는 확신 같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러분도 성인(聖人)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주 병약해 보이는 한 작은 소년에게 돈 보스코는 자신의 손바닥을 펴서 다른 손으로 절반을 나누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모든 것의 절반을 네게 준다. 너는 엄청난 능력과 잠재력의 소유자이다. 너는 앞으로 나와 함께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소년이 바로 돈 보스코가 세상을 떠난 후에 살레시오회 2대 총장이 된 루아 신부입니다.

은혜롭게도 한없이 부족해보이고 나약해 보이는 나를 향한 주님의 시선은 언제나 초 긍정적 시선이요, 초 낙관주의적 시선입니다. 그러한 주님의 관대하고 부드러운 시선을 오늘 병든 나의 영혼을 재조명하고 일어서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숱한 죄와 불충실로 인해 부끄러운 우리지만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계십니다. “그대의 인생은 아주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대의 인생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존귀합니다. 그대는 내게 정말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대가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에 걸맞은 성(聖)스런 삶을 살아가십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