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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몸은 지상에 닿아있지만, 영혼과 정신은 이미 천상에 올라가 있는 사람!

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주님을 깊이 만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엄청난 선물이 하나 있으니, 그분만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분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을 제대로 만난 사람들은 이 세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몸은 지상에 닿아있지만, 영혼과 정신은 이미 천상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그 어떤 혹독한 고통이나 박해 앞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라우렌시오 부제의 삶과 죽음이 그러했습니다. 혹독한 박해 앞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얼마나 당당하고 거룩했는지 모릅니다. 죽어가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으며, 너무나 의연하고 당당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희미하게나마 교회 기록에 남겨진 자료를 통해 그의 영웅적인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박해가 점점 심해지던 시절 교황 식스토 2세는 지하 무덤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로마 황제는 지체없이 교황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며 교수형에 처했습니다.

교황의 오른팔 격이었던 라우렌시오를 폭군이 그만둘 리 만무했습니다. 난폭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교활하기로 유명했던 발레리아누스는 라우렌시오 부제를 살살 설득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황제는 교회의 재산들, 특히 금으로 된 성작, 성반들이 탐이 났던지 교회의 보물들을 모두 모아 자신에게 바치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러저러하리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며 회유책을 제시했습니다.

라우렌시오는 그렇게 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답변합니다. 그 답변 이후 라우렌시오 부제는 엄청 바빠졌습니다. 당시 관리하고 있던 교회 재산, 보물, 귀중품, 기타 등등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을 박박 긁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주었습니다.

 

부모 없이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던 고아들에게 뭉칫돈을 하나씩 쥐어줬습니다. 남편을 여의고 한숨만 쉬며 살아가던 여인들에게는 금으로 된 성작을 건네며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라고 말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폭군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길길이 뛰면서 라우렌시오 부제를 당장 끌고 오라고 명합니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폭군은 사형도구로 고기 구울 때나 사용하는 석쇠를 달구라고 지시합니다.

모아오라는 보물들은 다 어디 갔냐고 묻는 황제의 질문에 라우렌시오 부제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둘러서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교회의 보물입니다.”

라우렌시오가 우리에게 남겨준 천상적 덕행의 목록은 다양했으나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영웅적인 증거, 교회 공동체를 위한 관대한 봉사,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극진한 사랑, 교황께 대한 충실과 헌신…

“활활 타오르는 불꽃조차도 라우렌시오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라우렌시오의 육체를 불태우던 뜨거운 화염도 사랑으로 가득 찬 그의 영혼을 불태울 수는 없었습니다.”(성 대 리옹)

 

“라우렌시오는 영성체로써 예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습니다. 그 힘으로 그는 그토록 혹독한 고통도 웃으며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